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9일 오후 20대 총선 공천룰 변경 여부를 논의하는 비공개 당무위원회 도중 잠시 회의실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며 시계를 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당무위, 선거권한 비대위로 위임
문재인 주도한 시스템공천 흔들
컷오프 대상자 구제 가능해져
비례 공천 시행세칙 개정되면
김 대표한테 재량권 생겨
문재인 주도한 시스템공천 흔들
컷오프 대상자 구제 가능해져
비례 공천 시행세칙 개정되면
김 대표한테 재량권 생겨
더불어민주당이 29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선거와 관련된 당무위원회의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위임되는 업무는 선거 관련 당규의 제정·개정·폐지 및 당헌당규의 유권해석으로, 비대위는 이번에 논란이 된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와 비례대표 선출 조항 등을 손질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게 됐다.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온 김종인 대표의 힘은 더욱 강해져 ‘독주’에 ‘날개’까지 달게 됐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전체 당무위원 59명 중 30명이 참석해 ‘선거일까지’ 한시적으로 선거와 관련한 당무위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몇몇 당무위원이 비대위의 권한이 너무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현실적으로는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한정적이라는 당직자들의 설명이 있었고 대부분 여기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주도한 혁신위원회 소속이었던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혁신위가 만든) 시스템 공천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고,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은 “비대위가 비례대표 공천 권한을 너무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 지연 등으로 선거 일정이 촉박한데다, 과거에도 비슷한 관례가 있었다는 점들이 언급됐다. 비례대표 공천은 당헌에 큰 틀이 잡혀 있기 때문에 대표가 좌지우지할 여지가 적다는 설명이 이어지면서 만장일치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한다.
일단, 비대위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당규를 개정해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에 걸린 현역 의원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주워 담느냐”며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비례대표 공천이다. 비례대표 공천 기준과 방법은 당헌·당규·시행세칙에 걸쳐 자세히 적시돼 있다. 당헌을 흔드는 것은 불가능해도, 당규·시행세칙은 이제 비대위의 손에 넘어갔다. 한 핵심 당직자는 “비례의석수가 기존 54석에서 47석으로 축소됐고, 야권 분열로 당선안정권 숫자도 상당히 줄었다. 당대표가 그나마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시행세칙엔 유능한 경제·사회·민생복지·사회적소수자 등 4개 분야에서 각 2~4인씩 뽑아 중앙위원회 순위투표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따르지 않고 김 대표가 ‘원하는 분야’의 인물을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전 대표가 물러난 뒤 빠른 속도로 더민주를 장악한 김종인 대표에겐 이번 당무위 의결로 더욱 강한 권한을 쥐게 됐다. 그는 당무위 전날인 28일 언론 인터뷰에선 “무책임하면 안 되니 비대위를 끌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의원들이)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고 변화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 그 사람들이 떠들기 전에 내가 혼자 결심할 수도 있다”고 했다. 비대위가 원하는 권한을 받지 못할 경우 ‘결별’할 뜻까지 내비친 셈이다. 그는 이날 당무위에서 “나는 사심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아시고 협조해달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개인적 업무’로 전날 경남 양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문 전 대표는 국회에서 가까운 의원들로부터 당무위 결과를 보고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주현 이승준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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