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살생부 파동’ 이후
김 “공정성 저해 행위 자제”
공천룰 주도권 이한구한테로
김 “공정성 저해 행위 자제”
공천룰 주도권 이한구한테로
새누리당의 ‘공천 살생부’ 논란이 김무성 대표의 사과로 일단락되면서, 당분간 공천 룰 싸움의 주도권은 전략공천 공간을 야금야금 넓혀온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쥐게 됐다. 공관위가 현역의원들을 상대로 역대 가장 혹독한 ‘자격심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김 대표 스스로 족쇄를 채운 형국이다.
김 대표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직후 친박근혜계의 ‘당 대표 책임론’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진’은 있는 법이다. 더이상 그런 데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여진은 생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 대표는 친박계가 다수인 최고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공천과 관련해 (공관위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클린공천위원회가 즉각 조사해 조치한다”는데 동의했다. 친박계는 이를 공관위의 공천 룰 해석과 집행에 더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투항’으로 해석했다. 반면 김 대표 쪽은 “앞으로 누구든 공천 공정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 얘기다. 당헌·당규 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향식 공천의 틀을 벗어나는 공관위의 월권은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당분간 김 대표의 정치적 볼륨이 확 줄고 이 위원장의 확성기는 더 커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대표가 대표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과거에도 자신이 판을 벌려놓고 논란이 커지면 뒤로 물러서며 스스로 정치적 체급을 낮추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부적격 공천신청자의 경선 배제를 위한 자격심사를 앞둔 이 위원장은 “하나하나 철저하게 심사해 가려내겠다”며 두툼한 ‘데스노트’를 장만해 둔 상태다. 당헌·당규에 따른 우선추천과 자격심사를 과감하고 촘촘하게 적용하면 비박계의 반발을 비켜가면서도 사실상의 전략공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공관위 관계자는 “자격심사를 통해 아예 경선에도 나서지 못하는 현역의원들이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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