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 안 인사혁신처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7급 공무원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로 체포된 송아무개씨가 6일 오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공시생 정부청사 잠입 ‘미스터리’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 안내실에 걸린 전광판에는 “방문객은 안내실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교부받아야 합니다. 국가보안시설로 출입에 불편하시더라도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흘러갔다.
하지만 26살의 공무원시험 준비생 송아무개씨는 지난 2월말부터 3월26일까지 국가보안시설인 정부서울청사를 수차례 드나들며 자신의 7급 공무원 필기시험 점수와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것이 이날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는 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쳐, 최대 3곳의 보안게이트를 통과했다. 또 사무실 도어록, 시험 담당자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무력화시키고 최소 8시간 이상 사무실에 머물며 시험 결과를 조작했다. 특히 인사혁신처(인사처)는 사건 인지 뒤 나흘 뒤에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는 공무원 신분증 분실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허점이 속속 드러나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① 내부 공모자 있었나?
공무원증 주운 체력단련장
인솔자 없인 못들어가 ■ 인솔자 있어야 출입 가능 “(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서 공무원 신분증 3개를 훔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송씨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일단 체력단련장에 들어가려면 후문 안내실에 신분증을 맡기고 인솔자와 ‘동행’해야 한다. 경찰이 내부 공모자의 가능성까지 수사하고 있는 이유다. 또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 신분증) 분실 신고가 되면 청사 출입문이 열리지 않게 돼 있다”면서도 “신분증을 분실한 공무원이 누구인지 확실히 파악이 안 됐다”고 말했다. 신분증 분실 신고도 이뤄지지 않았고, 신분증을 잃어버린 공무원이 별다른 문제 없이 청사 출입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② 보안게이트는 무용지물?
방호요원 지키는데
5차례나 무사통과 ■ 신분증 있어도 세차례 게이트 통과해야 송씨가 공무원 신분증을 사용했더라도,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세차례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날 청사 안내실에서 방문증을 받아 들어가 보니, 안내실에 설치된 스피드게이트(보안게이트)에 출입증을 찍고 청사 현관에 설치된 엑스레이 검사대를 통과해야 했다. 16층 인사혁신처로 가는 승강기를 타려면 출입증을 찍는 것과 동시에 모니터에 소속과 이름, 사진이 뜨는 보안게이트를 또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필기시험이 있던 3월5일 이전부터 3월26일까지 “다섯차례 출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③ 컴퓨터 등 해제 어떻게?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
송씨 노트북서 발견” ■ 도어록·컴퓨터 비밀번호는 어떻게? 게이트를 모두 통과하고 16층에 올라가자 채용관리과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16층의 모든 사무실은 비밀번호 방식의 도어록으로 잠겨 있다. 송씨는 이 문을 열고 인사처 채용관리과에 두차례 들어가 최소 8시간33분 동안 머물렀는데도 전혀 발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처 조사 결과, 송씨는 주무관 피시에 3월24일 밤 11시35분에 23분간 1차로 접속한 데 이어 3월26일 밤 9시2분부터 다음날인 3월27일 새벽 5시35분까지 2차로 접속했고, 담당 사무관 피시에는 3월27일 새벽 2시2분부터 5시14분까지 한 차례 접속했다. 황서종 인사처 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직자가) 순찰을 돌지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씨가 주무관과 담당 사무관의 자리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비밀번호로 잠겨 있는 이들의 피시를 어떻게 부팅시켰는지도 의문이다. 경찰은 “송씨의 노트북에서 운영체제인 리눅스와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담당자는 3월28일 아침 피시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했지만 29일 건강검진 때문에 연차를 내고, 30일 출근해 최종합격자 명단을 검토하던 중에 외부 침입 흔적을 알았다. 인사처는 결국 사건 발생 나흘이나 지나 1일 경찰청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 “시험 스트레스 심했다” 제주대 졸업 예정자인 송씨는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공직적격성테스트(PSAT)를 거쳐 지역우수인재 추천 케이스로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송씨는 대학 기숙사에 살면서 주로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생활했고, 2~3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송씨는 졸업을 앞두고 “많이 지쳤고, 이번에 합격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그의 필기점수는 합격권과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청사보안강화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감찰을 진행하는 한편, 7일부터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으로 연결된 지하통로를 폐쇄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승준 김진철 원낙연, 제주/허호준 기자 gamja@hani.co.kr
공시생 송아무개씨 정부서울청사 잠입 경로(추정)
공무원증 주운 체력단련장
인솔자 없인 못들어가 ■ 인솔자 있어야 출입 가능 “(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서 공무원 신분증 3개를 훔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송씨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일단 체력단련장에 들어가려면 후문 안내실에 신분증을 맡기고 인솔자와 ‘동행’해야 한다. 경찰이 내부 공모자의 가능성까지 수사하고 있는 이유다. 또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 신분증) 분실 신고가 되면 청사 출입문이 열리지 않게 돼 있다”면서도 “신분증을 분실한 공무원이 누구인지 확실히 파악이 안 됐다”고 말했다. 신분증 분실 신고도 이뤄지지 않았고, 신분증을 잃어버린 공무원이 별다른 문제 없이 청사 출입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② 보안게이트는 무용지물?
방호요원 지키는데
5차례나 무사통과 ■ 신분증 있어도 세차례 게이트 통과해야 송씨가 공무원 신분증을 사용했더라도,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세차례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날 청사 안내실에서 방문증을 받아 들어가 보니, 안내실에 설치된 스피드게이트(보안게이트)에 출입증을 찍고 청사 현관에 설치된 엑스레이 검사대를 통과해야 했다. 16층 인사혁신처로 가는 승강기를 타려면 출입증을 찍는 것과 동시에 모니터에 소속과 이름, 사진이 뜨는 보안게이트를 또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필기시험이 있던 3월5일 이전부터 3월26일까지 “다섯차례 출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③ 컴퓨터 등 해제 어떻게?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
송씨 노트북서 발견” ■ 도어록·컴퓨터 비밀번호는 어떻게? 게이트를 모두 통과하고 16층에 올라가자 채용관리과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16층의 모든 사무실은 비밀번호 방식의 도어록으로 잠겨 있다. 송씨는 이 문을 열고 인사처 채용관리과에 두차례 들어가 최소 8시간33분 동안 머물렀는데도 전혀 발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처 조사 결과, 송씨는 주무관 피시에 3월24일 밤 11시35분에 23분간 1차로 접속한 데 이어 3월26일 밤 9시2분부터 다음날인 3월27일 새벽 5시35분까지 2차로 접속했고, 담당 사무관 피시에는 3월27일 새벽 2시2분부터 5시14분까지 한 차례 접속했다. 황서종 인사처 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직자가) 순찰을 돌지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씨가 주무관과 담당 사무관의 자리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비밀번호로 잠겨 있는 이들의 피시를 어떻게 부팅시켰는지도 의문이다. 경찰은 “송씨의 노트북에서 운영체제인 리눅스와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담당자는 3월28일 아침 피시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했지만 29일 건강검진 때문에 연차를 내고, 30일 출근해 최종합격자 명단을 검토하던 중에 외부 침입 흔적을 알았다. 인사처는 결국 사건 발생 나흘이나 지나 1일 경찰청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 “시험 스트레스 심했다” 제주대 졸업 예정자인 송씨는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공직적격성테스트(PSAT)를 거쳐 지역우수인재 추천 케이스로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송씨는 대학 기숙사에 살면서 주로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생활했고, 2~3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송씨는 졸업을 앞두고 “많이 지쳤고, 이번에 합격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그의 필기점수는 합격권과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청사보안강화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감찰을 진행하는 한편, 7일부터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으로 연결된 지하통로를 폐쇄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승준 김진철 원낙연, 제주/허호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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