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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팩트체크] 여소야대 국회가 만든 변화? 따져봤습니다

등록 2016-04-21 16:43수정 2016-04-21 17:33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20대 총선 결과를 두고 ‘2030의 반란’, ‘젊은 투표의 힘’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실제 총선이 끝나고 “처음으로 투표의 힘을 맛봤다”는 젊은 유권자들을 꽤 볼 수 있었습니다. 여소야대 국회가 되면서 당장 눈에 띄는 사회적 변화들을 발빠르게 짚어내는 20대, 30대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겨레>가 젊은 유권자들이 꼽은 ‘투표의 힘으로 바뀐 사회 모습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팩트 체크 들어갑니다. 두둥~

①종편의 세월호 보도방식이 달라졌다?

총선 뒤 <채널 에이>의 세월호 보도 장면을 캡처한 사진이 회자됐습니다. 총선 전과 후를 비교한 일종의 ‘종편 비포 앤드 애프터’(before & after)였습니다. 비교 대상이 된 건 “폭력 난무한 세월호 시위, 합리화할 수 있나?”라는 자막을 내보내며 지난해 세월호 관련 집회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뉴스통’의 한 장면과 최근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나와 세월호 2주기 소식을 전하는 앵커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세월호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하던 종편이 여소야대 국회가 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세월호 추모 쪽으로 선회했다는 겁니다.

▶<한겨레>는 사실 확인을 위해 <채널 에이> 보도국에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문의를 했지만 “알아봐야 한다. 연락하겠다”는 말 외에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종편을 모니터해온 시민단체에도 문의해봤으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팩트 체크 실패!

16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가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주최로 열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시민 1만2000명(경찰추산 4500명)이 추모제를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6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가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주최로 열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시민 1만2000명(경찰추산 4500명)이 추모제를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②세월호 2주기 추모제 때 차벽이 사라졌다?

‘육체파 창조형 지식근로자’이자 스포츠 해설위원인 프로레슬러 김남훈씨를 비롯해 많은 누리꾼들은 지난 16일 열린 세월호 2주기 추모제 대 차벽이 설치되지 않은 것을 두고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낸 결과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사실을 확인해보니, 경찰이 세월호 2주기 추모제 때 차벽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힌 시점은 총선 이틀 전인 11일이었습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한 위험 징후가 없다면 경찰 병력을 원거리에 배치하고 차벽도 설치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논란을 피하고자 내린 결정으로 보입니다. 일단은 총선 결과 때문에 차벽이 사라진 것 아니라는 사실!

③인기 드라마에서 세월호 상징 대사가 나왔다?

“우리는 불과 몇년 전 침묵을 하면 모두가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함께 겪었습니다” (조들호)

19일 방영된 <한국방송>(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가 나온 것을 두고도 선거 결과가 미친 영향이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해당 대사는 주인공(박신양)이 변론 중 토해낸 것이었습니다. ‘방송부터 레임덕’이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한국방송> 드라마에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민감한 대사가 나온 것은 이례적입니다. 드라마 제작팀 쪽에 확인하니, 이 장면 촬영이 총선이 치러진 뒤 이뤄진 것은 맞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장면이 방영된 게 총선 결과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한겨레>에서 방송 담당을 수년째 하면서 드라마 등을 대중문화 콘텐츠를 챙겨보고 있는 남지은 기자에게 한 번 더 감식을 부탁했습니다. 남 기자는 앞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사가 드라마 방영 전 빠진 사례도 간혹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들호의 세월호 대사와 총선 결과를 결부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다른 방송사이긴 해도 지난해 <문화방송>(MBC) 드라마 ‘앵그리맘’의 경우엔 소재 자체가 세월호 침몰과 비슷한 ‘학교 붕괴’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④박근혜 대통령이 달라졌다?

침묵을 지키던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대해 처음 언급한 18일 화제로 떠오른 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총선 당일 빨간색 옷을 입고 투표해 구설에 올랐던 대통령이 이날 ‘초록색’ 옷을 입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빨강은 새누리당의 색, 초록색은 이번 총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의 색입니다. ‘발빠른 복장 정치’, ‘민심 반영 복장’ 등 반응이 나왔습니다. 아울러 국회를 향한 대통령의 발언이 달라졌다는 점도 ‘대통령의 변화’로 꼽혔습니다.

▶우선, 대통령이 18일 초록색 옷을 입은 이유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두 번째 팩트 확인 실패! 죄송합니다.

국회를 향한 대통령의 태도와 관련된 사실은 이렇습니다. 박 대통령은 총선 하루 전날인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만 한다”며 ‘국회 심판론’을 제기해 비난을 샀습니다. 총선 뒤인 18일엔 “민의를 겸허히 받들고,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발언 상으로는 심판의 대상이 협력의 대상으로 바뀐 게 사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위세가 어느 정도는 꺾인 걸까요?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회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회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⑤국정교과서, 위안부 합의 무효화, 세월호 특별법 개정 길 열렸다?

여소야대의 국회가 탄생되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12·28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바란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진상규명의 길이 열렸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국정 교과서와 위안부 합의는 많은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였던 사안들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도 반대했지만, 여대야소였던 19대 국회에서는 이들에게 막을 힘이 없었습니다.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에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야3당이 주장해온 바를 실천으로 옮긴다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금지하는 법안과 위안부 합의 무효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습니다. 야권은 이미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세 가지 모두 실현 가능성은 생겼지만, 실현 여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의 공약은 지켜지지 않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벌써 태도 변화가 관측되는 정치인들도 보이네요.

정의화 국회의장(왼쪽 둘째) 주재로 18일 오전 의장 집무실실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정 의장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왼쪽 셋째),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맨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맨왼쪽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의화 국회의장(왼쪽 둘째) 주재로 18일 오전 의장 집무실실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정 의장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왼쪽 셋째),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맨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맨왼쪽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⑥국민의당 위상이 높아졌다.

이번 총선의 승자는 국민의당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총선 전후로 국민의당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도 계속 나옵니다.

▶확인할 것도 없는 팩트입니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38석을 가져가며 새누리당(122석)과 더불어민주당(123석)이 입장을 달리할 때 캐스팅보트를 쥐는 확고한 제3당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국민의당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달라진 국민의당의 위상을 보여주는 한 장면을 소개합니다. 18일 총선 뒤 정의화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나온 장면인데요. 이종걸 더민주당 원내대표가 “원유철 원내대표님이 비대위원장까지 되셨는데…”라며 첫 발언 순서를 양보하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당 되셨는데….”라며 다시 발언을 양보합니다. 결국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첫 발언을 하게 됐습니다. 총선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입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⑦국방부는 더 이상 북한 탈출 대좌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는다.

총선이 끝나자 청와대발 ‘창조 북풍’이 사라진 것은 물론 국방부의 태도도 180도 달라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역시 총선용 북풍이었다’는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총선 다음날인 14일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망명했다는 북한군 정찰총국 출신 대좌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확인해드릴 수 없다”, “알고 있는 바 없다”는 대답을 반복했습니다. 문 대변인은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북한군 대좌의 망명 사실을 보도한 언론 기사에 대해 신속하게 “그런 사실이 있다”며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마자 문 대변인은 이 대좌의 망명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한 것입니다. 브리핑에 참여했던 일부 기자들은 문 대변인의 답변에 “모르면서 어떻게 브리핑을 했나?”, “그러니까 북풍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등의 반응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단 <한겨레>가 확인한 팩트는 여기까지입니다. 어떤 것은 사실과 부합하고 어떤 것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선거 이후 바뀐 모습이 꼭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젊은 투표의 힘으로 조금씩 사회가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젊은 유권자들이 정치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때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김지은 기자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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