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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봉하마을의 안철수…유난히 더웠던 하루

등록 2016-05-23 20:32수정 2016-05-24 08:43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오기 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 일부는 그를 기다렸다. 기자들을 보자 “안철수는 어딨어요?”, “박지원은 안 왔나요? 할 말이 있는데” 라고 물었다. 봉하마을 한 켠에는 노란 배경으로 ‘안철수 대표의 봉하 방문을 열열히 환영합니다, 친노일동’의 펼침막도 내걸렸다. 23일 오후 2시 추도식 행사 시작까지는 1시간도 더 남았지만 안 대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다른 정치인들보다 먼저 도착해있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국민의당 다른 당선자들과 함께 탄 버스에서 기다렸다. 1시30분께 그가 버스에서 내리자 추도객들이 몰려와 둘러쌌다.

“니는 가라, 여기 니 올 자리 없다, 니는 가라 마!”, “찰스 뭐하러 왔어!”, “안철수는 물러나라!”

경찰과 경호원에 둘러쌓여 사저 안으로 들어가는 2분여의 시간 동안 그의 뒷통수에 비난과 욕설이 끊임없이 뒤따랐다. 김경수 더민주 당선자가 이날 아침 페이스북에 “오늘 오는 정치인들 중에 설사 나와 생각이 다르고 그동안 보여준 정치적인 언행에 대해 불만이 있는 분이 오더라도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서 맞아주길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1시50분, 사저에서 나와 추도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길도 험난했다. 안철수 대표는 물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비난이 이어졌다. “5·18때 안철수 박지원 뭐했냐!”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이어졌다. 안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겨우 행사장에 도착했다. 이들이 이동할 때 경호원들은 커다란 우산을 씌웠다. 지난해 김한길 국민의당 전 선대위원장 등이 물세례를 맞은 기억의 영향인 듯 했다. “박지원, 우산 치워라!” 우산 속 박 원내대표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안철수 대표의 측근인 박선숙, 이태규 당선자는 이날 봉하마을 방문을 함께 하지 않았다. 일부 “추모하러 왔는데 그람 쓰냐!”고 외치는 이도 있었다.

안 대표가 착석한 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권양숙씨와 함께 행사장에 들어왔다. 대조적이었다. “문재인! 문재인!” 지지자들은 입을 모아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안철수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순으로 맨 앞줄에 섰고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 노건호씨, 권양숙씨 등이 앞줄 가운데를 지켰다. 문 전 대표는 좀 떨어져 자릴 잡았다.

이들은 묵묵히 추도 행사를 지켜봤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이 나올 때 안철수 대표는 특유의 미소를 띈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김종인 대표는 더운지 연신 부채를 부쳤다. 영상을 보던 노건호씨는 눈물을 닦았다. 1시간여의 행사가 끝나고 정치인들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후 한 명씩 사저로 들어가는 길에 지지자들은 운집해 서로 다른 구호를 내놨다.

안철수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는 비난과 욕설이 계속됐다.

더민주, 정의당 의원과 당선자들의 입장은 영화제 레드카펫을 방불케 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들어가자 “화이팅!”, “노회찬 국무총리!” 외침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조응천! 조응천!”

“안민석 화이팅!”

“안희정! 안희정!”

유독 큰 환호가 들렸다. 표창원 더민주 당선자였다. “표창원이다!”, “표창원 화이팅!”

“주승용이, 빨리 집에 가라!”

“김두관 화이팅!”

“김경수 재선!”, “김경수 고맙습니다!”

“손혜원! 손혜원!”

정청래 의원은 표창원 당선자 못지 않은 환호를 받았다. 환호를 받은 당선자들은 손을 흔들어 보이며 사저에 입장했다.

사저 안에서 권양숙씨와 김종인 대표, 안철수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 간에 정치적인 얘기는 없었다고 동행한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전했다. 다른 정치인들보다 묘역에 늦게까지 남아 추도객들을 맞던 문재인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한 가지 더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소망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친노’라는 말로 그 분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것이다”는 소감을 남겼다.

안철수 대표는 노무현 재단의 배려로 지지자들이 몰려 있는 정문이 아닌 경호동 다른 출입구를 통해 봉하마을을 빠져나갔다고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밝혔다. ‘과제’같았을 안 대표의 이날 하루는 예상보다 격렬하게 지나갔다. 곧바로 김해공항으로 이동해 김포에 도착한 안 대표는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소감 한 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힘들었는데요. 하하”하고 답했다. “더워서 힘들었다고요? 올 여름은 진짜 더울 것 같아요”라며 즉답을 피했다. ‘소감 말씀 안하는 거냐’고 묻자 “더웠다고요? 하하”하곤 공항을 빠져나갔다.

김해/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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