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집’에 프랑스 요리학교 추진하며 ‘절반값 임대’요구
민간재단이 “행정목적 적용해달라”…국감자료 요청에 “없다”
미르재단이 프랑스의 ‘에콜 페랑디’ 요리학교와 합작하는 ‘페랑디-미르 학교’를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홍보·체험 시설인 ‘한국의 집’(서울 중구 필동)에 개설하는 작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의 집은 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국유재산임에도, 민간재단인 미르는 관련법을 위반하는 낮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익제보를 통해 입수한 미르재단 문건(사진) 등을 보면, 미르재단과 문화재재단은 한국의 집 취선관에 ‘페랑디-미르 학교’를 내년 초에 개설하기 위한 실무 협상을 최근까지 이어왔다. 이를 통해 공간 사용 범위, 대규모 조리 실습 시설 등 내부 변경 공사 범위와 시기, 경비실 운영 방식, 주차장 사용, ‘페랑디-미르 학교’ 간판 설치 등 매우 구체적인 내용들을 조정해왔다. 특히, 임대료와 관련해서 미르는 국유재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간 임대료(재산가액의 1000분의 50)의 절반 수준인 ‘행정상 사용 목적’(1000분의 25)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취선관은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로, 1층 상품관을 비롯해 각종 대관 시설 등을 갖춘 주요 수익시설이다.
두 재단은 이미 지난 6월부터 ‘페랑디-미르 학교’의 취선관 사용 문제 등을 놓고 수차례 업무 협의를 거친 뒤 7월25일 ‘한식문화 세계화를 위한 업무 협약서’를 체결했다. 문건에는 두 재단이 협약서 체결 전부터 조리시설 설치, 음식 재료 이동 엘리베이터 설치, 전기·가스요금 등에 이르기까지 협의한 것으로 나와, ‘페랑디-미르 학교’의 한국의 집 입주 협의가 그 이전에 이미 구체화됐음을 보여준다.
또한 미르는 지난 2월15일~3월11일 학교 입주 공간으로 서울 시내 300여곳을 살핀 뒤 명동과 충정로 등의 건물 몇곳의 입주 조건을 검토한 것으로 나와, 이후 한국의 집 입주 쪽으로 급선회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은혜 의원은 “문화재재단 쪽에 미르와의 회의 결과 자료 등을 국감 자료로 공식 요청했지만 자료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어딘가로부터 압력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 재단은 <한겨레>에 “6월 초 한식 세계화를 위한 포럼에서 양쪽이 만나 한식의 발전을 위한 저변사업의 취지와 방향에 공감해 협력을 추진하게 됐다”며 “공간 사용을 포함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몇차례 실무 회의가 있었지만 입주와 관련해 확정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디스팩트 시즌3#20_글로벌 극우의 득세+최순실 게이트 후속] 바로가기[언니가 보고있다 #34_‘친구 없는 사람’의 ‘동네 친구’, 최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