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3일 기자간담회 도중 두차례 목이 메였다. 그때마다 ‘책임’과 ‘소명’이란 두 낱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책임총리’로서 국정 전반을 아우르겠다고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야권이 끝까지 인준을 거부하면 미련없이 떠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통인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4층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냉장고 안의 음식’에 비유해 현 시국이 급박함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왜 박근혜 대통령 방패막이를 하려 하느냐’, ‘같이 하야를 외쳐도 시원치 않을 사람이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며 “하지만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보고 그대로 있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냉장고 안의 음식은 냉장고가 잠시 꺼져도 상하게 된다. 국정도 마찬가지”라며 “경제·산업·사회·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모든 상황이 예사롭지 않아 (총리직 제안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야권의 반발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당연히 화도 나고, 저에 대해서 섭섭한 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닿는 대로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러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시면, 두 말없이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끝내려는 보좌진의 만류에도 김 후보자는 “최순실 사태의 본질이 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 문제를 강의로 한다면 길게 할 수 있다. 가장 큰 본질은 대통령 권력과 보좌체계의 문제, 대통령 힘의 매커니즘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날 환한 웃음으로 일관한 것과 달리 이날은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머리발언을 하다가 “책임과…”라고 말한 뒤 한동안 목이 메인 채 멈췄다가,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울컥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참여정부에 참여할 때부터 국정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하고 싶은 걸 다하지 못하고 좌절했다”며 다시 한번 목이 메였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 참여하는 게 노무현 정신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에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국정 걱정이다. 부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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