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기다려 보겠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4일 오전 9시20분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담화문인지 발표하신다고 뉴스에서 본 게 전부”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후보자의 심경을 잘 드러낸 말로 풀이된다.
총리 내정 발표 이후 김 후보자는 사무실 출근 뒤 별다른 일정 없이 정국 구상에 몰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할 인사청문안 준비는 실무팀에서 하고 있으며, (김 후보자가) 총리실 업무보고는 아직 받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헌법에 규정된 총리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며, 사실상 ‘책임총리’를 자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신임 총리 내정 등 정국 운영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선 후퇴’ 없이 박 대통령이 직접 정국을 주도해 나갈 뜻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꼬리를 물었다.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 방송을 지켜본 김 후보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 좀 해봐야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 오후 4시께 일과를 마감했던 김 후보자는 4일 점심시간 무렵 사무실을 나섰다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복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오늘 말씀은 (검찰) 수사·조사에 방점을 둔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박 대통령의 사과 담화에도 야권이 총리 지명 철회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김 후보자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아침 출근길에 “지금 야당에 계신 분들을 찾아가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기다렸다가 이야기하겠다. 인준이 되지 않으면 총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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