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정책·인사 등 개입 정황에도
“최씨의 도움받고 왕래하게 돼
개인사 도와줄 사람 마땅찮아서”
“최씨의 도움받고 왕래하게 돼
개인사 도와줄 사람 마땅찮아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부패·비리와 더불어, 권한 없는 비선 실세들의 정책·인사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의혹까지를 포괄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최순실씨 등의 국정개입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최씨 등이 국무회의 자료와 외교·안보 관련 보고서 등 국가기밀을 보고받고 대통령 연설문까지 고쳤으며 인사와 통일·안보 등 중대 국가정책에 깊이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들이 추가로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이를 모른 체한 것이다.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최씨 등의 국정개입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최순실씨’를 세번째 언급한 곳이다.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었고, 왕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최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지 청와대를 자유롭게 출입했다는 최근 <한겨레> 보도와 관련된 언급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최씨가 이영선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 앉아 검문·검색도 받지 않고 청와대 경내를 자유로이 드나들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라며 최씨의 ‘청와대 왕래’는 개인적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을 담았을 따름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44개를 발표 전에 미리 받아보고 직접 수정하기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최순실씨한테 연설문·홍보물 분야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받는 도움을 받았다면서 변명으로 일관했고,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후에도 최씨가 구체적인 국가정책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거의 매일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으며 개성공단 문제 등을 비선들끼리 논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정부의 핵심 인사에 개입한 정황과 발언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씨 사무실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추천 관련 문건이 발견되는가 하면 최씨가 감사위원·조달청장 등 인사 추천을 받고 다녔다는 관계자 진술이 보도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최씨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진상규명의 핵심임에도 박 대통령은 입을 닫고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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