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 국회의원과 시도지사,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비상시국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새누리당 해체’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등이 담긴 성명을 채택한 뒤 국민에게 사과하는 뜻으로 고개숙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문수 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무성 전 대표, 나경원·이군현·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강석호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00만 촛불’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13일 오후 새누리당 원·내외 비주류 인사 90여명은 국회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당 해체를 추진하겠다”며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비슷한 시각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여야 합의로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주류가 “당권 유지를 위한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해, 당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3시30분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여야 협의를 거쳐 국무총리가 임명되고 중립내각이 출범하는 즉시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내년 1월21일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날짜까지 콕 찍었다. 당의 대선 후보가 당 대표를 겸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방안은 ‘당 지도부 즉시 사퇴→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당 해체→재창당→대선 체제’라는 비주류의 견해와 충돌하는 것이다. 비주류 모임을 주도해온 황영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을 그대로 놔둔 채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은,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당권을 갖고 가겠다는,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급조한 꼼수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공범인 이 대표 등 ‘친박 지도부’가 ‘내년 1월 전당대회’ 카드를 들이밀면서 시간끌기를 하려한다는 것이다.
비주류 쪽은 당분간 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사퇴를 압박하는 등 정면 대응할 태세다. 황 의원은 “내일(14일)부터 비상시국위원회 실무모임을 시작해 일단 당내에서 체제를 갖추고 우리 나름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민(수원을)·이준석(노원병) 등 원외 당협위원장 5명은 이날 저녁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세시간 동안 열린 비주류의 비상시국회의에서는 “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당 지도부는 물러나야 할 뿐만 아니라 당 해체 작업을 즉각 할 수 있는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대통령의 퇴진을 질서있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마지막 우리의 도리이고, 이 과정이 새누리당의 청산절차”라고 했다. “환관정당”(하태경 의원), “대통령 친위대”(김재경 의원), “박근혜 여왕 밑에 충실한 새누리당 신하”(김성태 의원) 등 강한 어조의 비판도 쏟아졌다.
이날 비상시국회의에는 김무성·유승민·나경원·김영우 등 의원 40여명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원외 인사 약 50명이 참석했다.
김진철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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