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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보수세력 파산했다…박정희 프레임 벗어나야 새출발 가능”

등록 2016-12-11 22:10수정 2016-12-16 18:44

좌담회 : ‘탄핵 이후’의 길을 묻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회가 압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던 건 광장에 켜진 수백만개 촛불의 힘이 컸다. ‘죄의식 없는 확신범’인 박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놓고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표류하던 정치권이 파도에 휩쓸려 다니다 민심의 ‘섬’에 정박한 지금, 그간의 표류기를 복기하는 정치권은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새누리당에서 가장 먼저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던 하태경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한 금태섭 의원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이태호 공동상황실장(참여여대 정책위원장) 3명이 1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차분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가 오갔지만 새누리당의 혁신 가능성, ‘세월호 7시간’ 부분에서는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회자 박 대통령 탄핵안이 9일 국회에서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통과됐다. 기대했던 것과 비교해 어떤 결과였나.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 생각했던 것보다 찬성표가 많이 나와서 안정권으로 탄핵안이 통과됐다.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즉각 퇴진, 즉각 탄핵을 요구했지만 정치권에서 국민 뜻을 제대로 대변할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마지막에나마 정치권이 민의를 대변하는 압도적인 결과를 내서 다행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민심이라는 기준에 비춰보면 234표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표현해야겠다. 소선구제에서 국회의원은 지역구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역구에서 탄핵 여론 높은 데는 90% 될 것이고 평균이 80%, 아무리 적어도 60%일 거다. 그 정도 민심이면 탄핵안에 찬성하는 게 맞다. 가족이나 친구들, 동문들, 당원 중에서 가까운 사람 다수가 탄핵 찬성해야 한다는 쪽이었고 국회의원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반대가 56표나 나왔다는 건 여전히 민심에 역행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제가 당내에서 탄핵 찬성파가 과반을 넘길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봤는데 40% 이하 정도로 좀 불안하게 봤다. 그런데 뚜껑 열어보니 찬성이 62표, 반대가 56표, 최경환 의원이 투표를 안 했으니 57표라고 봐야겠지만 탄핵 찬성이 과반을 넘겼다. 이게 어떤 의미냐면 소위 친박이 전략을 작전을 잘못 짠 거다. 입으론 탄핵 반대라고 하지만 속마음은 알 수 없는 거여서 박 대통령의 소위 ‘배신의 정치’ 그 프레임에 들어간 거다. 최경환 의원만 ‘배신의 정치’를 안 한 거고 나머지 표결에 참여한 사람은 누가 찬성했는지 알 수 없고, 최소한 20명은 탄핵에 찬성한 거다. 이제 서로 의심하는 상황이 된 것이고 상호불신이 친박의 결속력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와해로 가는 그 수순이 시작됐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탄핵 찬성표가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투표 직전 국민 80%가 탄핵에 찬성했고 탄핵안 통과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부’ 표가 의미가 없어서 250표 이상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는 ‘부’ 표가 상당수 나와야만 친박이 살아나지 않나. 안될 줄 알면서도 ‘부’ 표 던진 분들이 많았다고 본다.

사회자 탄핵안 가결의 의미를 짤막하게 정리한다면?

금태섭 1987년도에는 이런 시위, 집회가 있으면 야당의 정치지도자들이 연설하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거의 한 번도 못 했다. 여야 모두 제도권 정치 자체가 신뢰도 바닥에 있는데 만약 이번에 부결됐으면 정말 아노미 상태가 오지 않았을까. 이번 집회 때 저도 청와대 앞에도 가봤는데 청와대로 진격하려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이 “비폭력, 비폭력” 하면서 막았던 게 제도권에 최소한의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만약 탄핵안 가결이 안 됐으면 걷잡을 수 없이 시스템이 무너졌을 텐데 가결이 돼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태호 광장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 시민들이 이뤄낸 위대한 성과다. 특히 제도권에서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문제를 제도권 안에 가두려는 노력들에 대해서 국면마다 광장의 민심이 방향을 확정했고 그 결과로 국회가 민의에 부응해 탄핵까지 이르게 됐다. 확실히 대의제 정치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하태경 보수진영 내부의 전쟁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특히 왕정세력의 퇴출, 그래서 민주적 보수의 승리. 가짜보수의 퇴출, 진짜보수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고. 제가 새누리당에 2012년에 입당했는데 처음 2년간은 새누리당에 왕정세력이 있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의총을 해도 자유롭게 했는데 2014년 말쯤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축출되면서 ‘배신의 정치’ 이야기가 나오고 유승민 원내대표가 마지막 기자회견 할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말했다. ‘당시에 왜 저런 말을 할까,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국민들이 느꼈을 텐데 내부에서는 소위 친박이라는 쪽은 민주공화정이 아니라 왕정에 가까운 의식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명이 떨어지면 무조건 집행하고 충성해야 하고 당이 이의를 달면 안되고. 2016년 총선에서 상향식 국민공천제 당론으로 됐지만 깡그리 무시되고 공천 파동이 있었고 그래서 참패했다.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시민이 갖고 있는 체험의 공유가 없어서 87년 이후 민주화 과정과는 동떨어져서 살아서 그런 것 같다.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양식이 체현돼있지 않은 거다. 상명하달식의 반민주적 문화에 익숙해져있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도 순치됐고 아주 용기있는 사람은 계속 싸웠고 그런 과정이 이번 탄핵을 통해서 폭발했다. 보수 진영 내에서 보면 이명박 정권은 수평적인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싫어하긴 했지만 측근들과 대화하고 토론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것도 싫어하고 팩스로 지시하고 쓴소리 하는 국회의원들과는 아예 소통 안 하고. 자기 지시에 거부하는 사람은 축출하려고 하고. 역사가 한참 퇴행을 한 거다. 역사가 경향적으로 상승발전하지만 지그재그로 발전하기도 한다. 왕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수직적인 통치 지배구조가 청산된 것이다. 보수가 상당히 내부 혁신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

광장 시민들 위대한 성과

민주주의 소중함 느끼게 하고

대의제 정치 위기 드러내

살림·돌봄·여성 등 새로운

정치로 프레임 대전환을

보수의 혁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하태경 의원의 분석에 이태호 상황실장은 곧바로 반론을 폈다. 하 의원은 “박근혜 보수와 박정희 보수는 다르다”는 주장으로 가능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태호 비박계가 뒤늦게 탄핵에 동참하고 쇄신하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 다만 지금 거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새누리당 해체”라는 구호가 나온다. 야당 성향 아닌 사람들도 말하는 거다. 이전 정권도 마지막에 안 좋았고 불통 정권이라는 얘기 들었다. 4대강도 그렇고 문제 제기 많았는데 개혁을 약속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경제민주화, 복지,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약속했다. 사실 이번에 까놓고 보니까 “민중은 개돼지다, 우리가 특권 누리는 것도 경쟁력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왕조시대의 계급 권력이 실존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국정을 농단하는 게 드러났다. 우리를 통치하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저열하다는 게 드러나서 보수 쪽 세력이 전체적으로 파산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설 때 국민들이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부당한 과정을 통해서 집권해서 문제됐고 안보를 남용했다. 세월호 참사 때 보니까 국민 지키는 데 능력도 없고 관심도 없고 숨기는 데 전념했다. 새누리당, 집권여당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정말로 어떤 정의로운 역할을 했던가. 비박계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그 당시에 느끼기에는 새누리당은 왜 그렇게 왕조 같은 정권에서 가신 역할만 하느냐, 비판 있었고 그게 전체적으로 보수정당의 혁신을 지체시키거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국정교과서와 박정희 동상 문제에 대해서 새누리당에서 문제제기 했어야 했다. 박정희 동상을 북한과 비교하는 내용이 트위터와 페북에 돌아다녔는데 새누리당에서 “이건 아니다” 그런 게 있었나. 새누리당은 조금 더 통렬하게 반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금태섭 이번에 박 대통령은 보수층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 같다. 대선에서 유권자의 판단 기준은 정의보다는 유능함인 것 같은데 박근혜 정부는 능력 면에서 영 평가를 못 받은 것 같다. 최순실 태블릿피시 보도 뒤 대처하는 걸 보더라도 그렇다. 검찰이 안종범 수석 수첩과 박 대통령 육성이 담긴 정호성 비서관 핸드폰을 압수한 순간 수사는 끝나는 거다. 최순실이 검찰총장을 해도 못 막는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부인하는 거 보면서 ”유능하다”는 보수층이 보수정권에 대해 갖고 있는 자부심 하나가 깨진 것이다. 보수층 보면 야권 지지층과 달리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별로 분노하지 않는다. 소위 야당 지지층이나 인터넷의 젊은 세대들이 댓글 통해서 여권 공격하고 조롱하니까 “이쪽에서도 해야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수층이 보더라도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고 전혀 검증되지 않은 최순실이 외교 문제, 남북 문제에 영향력 미치고 결정하는 거 보면서 완전히 그런 자부심이 깨진 거다. 보수층의 환상이 박 대통령이 약속 잘 지킨다는 거였는데 말 뒤집는 거 보면서 그것도 깨졌다. 실제로 광장에 나오신 분들 보면 야권 지지층이 아니라 예전에는 전혀 안 나올 것 같은 분들이 많이 나왔다.

하태경 새누리당이 잘했다는 게 아니고 국민들이 공범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스럽고 인정을 한다.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좀더 용기있게 맞서지 못한 것도 상당히 부족했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부터도 몇달 전부터 새누리당 자진 해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해산에 앞장설 거다. 보수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의 본질은 보수의 기본 가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박근혜 보수’라는 것이 내면을 보면 보수가 아니다. 진보나 보수는 근대화 이후의 산물인데 박근혜 정권은 전근대적인 의식 구조, 행태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최순실 사건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능력 있는 보수, 법 지키는 보수, 정직한 보수가 보수의 ABC들이다. 그런데 보수가 파탄나서 보수의 혁명적 변화의 동력이 없다는 건 동의하기 힘들다. 광장에 보수가 많이 나왔다. 광장의 촛불민심이 과격하거나 무질서하게 가지 않고 질서있는 촛불로 된 건 보수적인 시민의 대거 참여가 있었다는 거다. 쓰레가 줍는 것도 보수가 하는 것이다. 폭력 반대, 경찰차에 올라가면 끄집어내려고 하고 그런 건 기본적인 보수의 성향에서 나오는 것이다. 보수가 화난 건 ‘이건 보수도 아니다, 능력도 없다, 창피하다’는 게 많았다. 같은 보수라고 불리기에 너무 창피한 거다. 국회에서도 미흡하긴 하지만 박근혜 퇴진과 탄핵 국면을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 작은 불씨들이 점점 커져서 62표를 만들었다, 정치인은 공천을 준 인연에 대해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번에 비례대표가 17명인데 100% 친박 공천이었다. 그런데 비례대표 중 명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 밝힌 게 서너분이다. 과반 정도는 탄핵 찬성쪽으로 갔다. 이런 것도 당 내부의 변화 동력이다.

이태호 보수정당은 그동안 박정희 프레임에 크게 의존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박정희 후광 때문에 리더십을 갖게 됐고 대통령 돼서도 결국은 박정희 시대의 통치 스타일을 조금 더 저열한 형태로 반복한 거다. 지금 시대와는 너무 맞지 않는 게 극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보수가 바뀌려면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서 단순히 정당을 바꾸면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으 보수·진보 시민이라고 할 수 없고 자유롭지만 한국사회에서 매우 위태로운 시민들이다. 그래서 행동하게 된 시민들이다. 기존 보수정당뿐 아니라 야당이 제공했던 것들도 그다지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정치 프레임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고도성장 시대의 프레임, 지난 대선 때 이걸 극복하겠다고 애기했지만 누구도 충족시키지 못했던 경제민주화나 복지가 있고 이런 것에서 근본적으로 국민의 행복이나 안전을 중심으로 하는 프레임, 시민의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프레임,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기존 정치나 사회발전에 대한 합의가 바뀌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 때 얘기한 건 보수도 저런 식으로 할 수 있구나, 경제민주화 말할 수 있고 빨간색도 쓸 수 있었는데 결국 까보니까 박정희 모델이었다. 이건 비박계에 던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권에 던져진 중요한 질문이다.

하태경 ‘박정희 보수’와 ‘박근혜 보수’가 다르다. 박근혜 보수는 박정희 보수보다 훨씬 퇴행적이고 수구적인 보수다. 박정희의 평생 과업은 ‘조국 근대화’ 딱 한 가지였다. 근대화라는 국가를 중심으로 국가주의이고 그 바닥에는 그걸 집행하는 공무원,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박정희가 철권통치한 것 같지만 이승만과 달리 공무원 집단 내에서는 토론과 대화 문화가 있었다. 국가의 기밀을 사적인 존재에게 넘겨서 그 사람의 이익을 취하는 데 활용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보수’는 박정희의 평생과업도 허물어뜨렸다. 남북관계 비밀 접촉, 그 내용이 최순실한테 전달됐다고 얘기 듣고 그때부터 이건 보수도 아니고 보수가 앞장서서 박근혜 체제 허물어뜨려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보수’의 파탄을 근대적인 보수 일반의 파탄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보수에 있어 엽기적이고 퇴행적으로 출현한 이 현상에 대한 보수 내부의 심판이 강하다.

사회자 세 분 다 촛불집회에 나가보셨을 텐데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하태경 왜 제가 촛불집회에 나갔다고 보시는가.(웃음) 저는 나갈 수가 없었다. 제가 촛불집회에 나가는 게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한 사람이고 인수위에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무한 공동책임이 있고 공범의식도 있다. 이 때문에 심판대상이 심판자인 것처럼 촛불집회에 나가는 건 국민을 기망하고 제 양심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 감히 나갈 수가 없었다. 기자들이 저는 촛불집회 나갈 것이라고 전제하고 “오늘 어디 계세요, 인터뷰 좀 하시죠” 그랬는데 그말 들을 때마다 마음이 힘들고 아팠다.

금태섭 저는 2차 촛불집회 때부터 나갔다. 이후 11월26일 집중집회 할 때만 탄핵소추안 작성하느라 못 나갔고 그 외에는 다 나갔다. 11월5일 2차 집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날 날씨도 좋았지만 집회 참여한 사람들이 대단히 안전함을 느끼고 아주 즐거워했다. 시내를 두바퀴 돌았는데 주최 집회한 분들이 참 현명하게도 청와대로 가자고 안 해서 안전할 뿐만 아니라 나들이거리로 좋다, 그렇게 느끼게 했기 때문에 집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가지고 있는 보수층들도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12월3일 집회는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대통령이 3차 담화 하면서 새누리당이 협의퇴진을 당론으로 정했고 야당 일각에서도 협의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상황이어서 위기감 느꼈다. 2일 탄핵안 처리 방안에 대해 가결이 목적이라고 반대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면 9일에 발의도 못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집중집회도 아니었던 3일에 사상 최대 규모의 사람들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국회를 압박해서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 탄핵안 통과에 이르게 한 결정적인 터닝포인트였다.

이태호 3차 담화 이후에 질서있는 퇴진,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4월까지 퇴진할 수 없다고 얘기했을 때 시민들 반응이 가장 인상깊었다. 시민들이 이 국면에서 방향타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집회였다. 집회할 때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져냐, 경찰 폭력이 먼저냐, 화난 시위대의 폭력이 먼저냐가 논란인데 이번에 입증됐다. 시민들은 법을 지켰는데 경찰이 법을 안 지킨 게 확인됐다. 1인 시위는 어디서든 할 수 있는데 경찰은 1인 시위를 막았다. 특히 불순해보이는 사람이면. 그래서 제가 “하야옹”이라는 고양이 피켓을 가져갔는데도 막았다. 집회도 경찰이 금지 통고 내고 참여연대가 가처분 내면 법원은 인용했다. 두번 인용하면 경찰이 법을 따라야 하는데 이걸 막는 거 자체가 불법이다. 시민들이 현명하게 대처했지만 여기서 충돌이 일어나면 책임은 경찰에 있는 거였다. 공권력과 국가폭력이 시위를 안전하게 권리로 만드냐, 저항으로 만드냐를 가른다는 게 이번 촛불에서 밝혀졌다.

금태섭 시위 조직하는 분들의 기술이라든가 그런 것도 세계적이었다. 처음에는 세종대왕상 앞에서 안전사고 날 것 같았느데 무대 늘려서 공간 늘리고 참 감탄했다.(웃음)

사회자 두 의원은 “박 대통령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언제 마음을 굳혔나.

하태경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혼란이 적은 변화가 필요하다 했을 때 탄핵으로 가면 여러 변수가 있었다. 헌법재판관 2명이 교체되는데 교체되는 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7명이 심판할 수도 있고 탄핵 자체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인가 불안·우려 있었다. 또 대통령은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대표다. 국가를 상징하는 존재인데 대통령의 치명적인 명예훼손은 국가의 명예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명예퇴진이라는 표현은 안 맞는 표현이고 ‘덜 수치스러운 퇴진’으로 탄핵보다는 하야가 맞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그런데 대통령 즉각 하야로 대선 치르면 이번 대통령은 인수위 과정도 없고 당선과 동시에 취임해야 한다. 혼란 지속되지 않으려면 즉각 하야는 상당히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누리당에서 4월 말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을 때 그것에 대해서 양보했다. 야당이 협상해서 퇴진 시점이 늦어도 2월, 3월로 당겨질 수 있기 때문에. 야당에서도 책임총리를 이야기했고 그래서 야당이 지명하는 총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훨씬 더 예측 가능하고 국정이 수습되는 기회가 있었다고 본다. 그때 야당이 융통성 있는 자세로 나왔으면 앞으로 벌어질 국면보다는 혼란이 적은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안 된 이유는 대통령 본인 잘못이 크다. 반성 없는 자세였기 때문에 탄핵으로 왔다. 저는 최종적으로 이정현·정진석 대표가 청와대에 들어간 날 탄핵을 결심했다. 박 대통령이 거기서 공개적으로 발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 퇴진을 한다는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 당론대로 “쭉 생각해왔다”고 했고 2선 후퇴 언급도 없었다. 퇴진 시점까지 상황을 뒤집어보려는 의도를 숨긴 것이었다. 이건 용납할 수가 없었고 그날 탄핵에 찬성하기로 결심했다.

금태섭 저는 탄핵보다는 하야가 낫다, 후유증이 적다고 봤다. 책임지고 물러나는 모습 보이는 정치적 해결보다 9명 헌법재판관이 파면 결정하는 충격이 더 클 거라고 생각했다. 보수층은 보수 나름의 자부심이 있는데 좋은 의미에서 ‘권위에 대한 존중’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 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철저히 깨질 것이라고 봤고 박 대통령은 못 견디고 사임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정말 뻔뻔스럽게 검찰 조사를 거부해버렸을 때 탄핵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부연하면 ‘2선 후퇴’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정치판에 와서 보면 민주주의라는 것이 신뢰와 선의에 기초한 게 아니라 불신과 견제에 기초했다는 말을 실감한다. 대통령이 2선후퇴 하고 책임총리 세워서 만들어간다는 건 모든 정치인과 정당이 가장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만 가능한데 절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이 2선 후퇴를 했어도 어떻게든 국정에 관여하려고 힘겨루기 하면서 극도의 혼란이 올 거다. 야당도 총리 자리를 놓고 과연 정치지도자들이 과연 합리적으로 생각하겠냐, 자리 욕심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그래서 빨리 비워주는 게 혼란을 최소화하는 거라고 본다. 그게 헌법에 예정된 것이다.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로 죽으면 60일 안에 선거 치르게 했다. 왜 이 시점에 몇달을 더 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헌법에 나와있는 규칙을 지키는 게 더 안정시키는 방법 아니겠나.

사회자 촛불 국면에서 상대당에 서로 불만은 없었나.

금태섭 이번 과정에서 새누리당에 대단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만든 대통령이기 때문에 결단이 어려웠을 텐데 많은 의원님들이 합리적 말씀 해주시고 탄핵 찬성해주신 것에 대해서 신뢰가 생기는 걸 느꼈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뿌리깊은 불신이 있고 탄핵이 되건 퇴진이 되건 새누리당에 속한 분들은 커다란 타격이다. 그러면 오히려 퇴진을 막고 탄핵안을 부결시켜서 정치권 전체가 궤멸적 타격 입게, 나만 죽을 게 아니라 저쪽도 죽이게 하자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합리성을 발휘해 탄핵에 동참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합리적인 말씀하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공격하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 이해하기 어려웠다. 야당도 정치지도자에 대한 비판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분들 있지만 특정 대통령 행동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의문 제기하는 걸 과도하게 막는 부분은 문제가 있고 그것이 이번 사태에도 새누리당이 상당 부분 책임 있다고 평가받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자 하 의원님은 아까 야당이 퇴진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하태경 저는 불만을 가질 처지도 아니고 그 정도는 아쉬움이고. 그것보다도 촛불단체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저는 87년 시위했던 세대인데 그때보다 훨씬 성숙하고 민주주의가 체현돼있는 위대한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촛불시민 감사 결의안이라도 국회에서 채택해야 하지 않나 싶다. 노벨상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 시위는 동구라파 벨벳혁명도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가치를 드높였다. 경제 어려워지고 안보 어렵다 하지만 질서있게 단합한 국민역량이면 안보위기 오더라도 합심해서 이겨낼 것 같고 경제도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금태섭 민주당 의원

탄핵 가결 안 됐다면

시스템 붕괴 됐을 것

재벌·검찰 개혁 시급

지도자 혹독한 검증 필요

나와 다른 견해도 인정하기를

사회자 탄핵안 가결 이후 한국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시민의 입장에서, 정치권의 입장에서.

금태섭 개인 잘못이 크지만 제도 문제도 살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면서도 실행 안 되는 재벌·검찰의 문제는 빠른 시간에 개혁해야 한다. 또 정치지도자들을 향한 가혹한 테스트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를 중시하고 팬덤이 형성돼 공격 자체를 터부시한다. 이번 촛불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지도자들이 순식간에 지지도 올리고 실체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이었는데 올바른 길을 제시하거나 신속하고 빠른 판단력 보여준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번에 정치지도자들이 대처하는 모습 모면 나중에 대통령 돼서 미국·중국·일본과 외교협상 할 때 또 남북 협상할 때를 상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 선출하면서 정치의 실패를 겪은 건데 좀더 가혹하게 검증하고 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훈련하고 평가받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

이태호 탄핵안까지 가결됐는데 민심은 즉각하야를 원했고 4월 퇴진을 거부했다. 대통령이 수사받길 원한다. 자신의 죄에 대해서. 그리고 신임을 잃은 대통령이 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대통령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것이 국정공백이고 혼란이라고 판단했다. 한일군사보호볍정 같은 논란 많은 외교 현안을 의회 다수야당과 국민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이 더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여전히 대통령 하야, 퇴진 문제는 어떤 프로세스에 들어간 문제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토론되고 주장돼야 한다. 그런 배경에서 광장에서는 “황교안 내각도 물러나라”는 얘기도 있다. 촛불집회 민심은 “황교안 내각 바꾸고 말고 정치권에 얘기하려니까 복잡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빨리 내려와라, 황교안 내각은 짧게 만드는 게 정치권이 할 일이지 총리 들이대고 그럴 게 아니다”라는 거다. 헌재도 마찬가지다. 탄핵 사유 충분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루면 헌재 자체의 위기가 올 거다. 헌재라는 아무도 선출하지 않은 그러나 어쩌다 보니 권력을 가지게 된 권력에 대해서 헌법적 문제제기가 도래할 거다. 당장 밝혀야 할 것은 3가지다. 뇌물죄 적용에는 재벌도 걸린다. 이참에 재벌에 대해서 확실히 공범으로 대통령과 함께 처벌해야 한다. 세월호 구조 의무 다하지 못한 거 탄핵 사유이지만 국민 650만명이 전무후무하게 국민운동으로 서명했고 정치권이 논쟁하다가 특조위에 맡겼는데 시행령, 예산, 인력으로 집권여당이 방해해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쫓겨났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시행령으로 국회가 만든 법 망가뜨리지 말자”고 했더니 ‘배신의 정치’ 소리 들었다. 그게 국회법 개정안 파문 아니냐. 세월호 7시간 핸디캡 때문에 진상규명 억누르고 헌법을 망가뜨린 구체적 과정이다. 멀쩡한 국가기관을 국가기관이 중간에 종료시킨 것을 정치권이 아무말도 안한 거다. 세월호 7시간 문제에서 탄핵심판은 물론 강제로 종료된 특별조사위를 조속히 만들고 인양도 빨리 하고 이런 걸 탄핵 국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황교안 내각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지만 국정교과서 하지 말자는 국민적 합의가 완성됐기 때문에 이거 하나 정도는 중단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하태경 탄핵심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탄핵에 와서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면 대통령한테 가던 분노의 화살이 정치권에 올 수도 있다. 또 하나, 대통령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합의가 필요하지 않나. 대통령이 문제가 있으면 국가적 위기를 막을 수 없다. 말년에는 레임덕 생기고 그걸 막을 방법이 없다. 대통령제 미련 버리고 차기 정권 섰을 때 조기에 개헌할 수 있는 토대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곧 헌법재판관 2명 교체된다. 그래서 야당이 촛불 단체가 황교안 총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탄핵심판이 흔들릴 수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1월에 헌재소장 추천하고 통과시켜야 하는데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추천한 사람을 어떻게 찬성하겠냐. 3월13일에 물러나는 이정미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추천했는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야당에서 황교안 총리 비슷하게 비판한 사람이다. 탄핵심사를 안정적으로 관리함에 있어서 현 내각과 대법원과 협치를 통해서 할 것이냐가 국회의 숙제다. 그리고 탄핵심사가 조기에 종결되기가 어렵다고 본다. 정치권이 욕을 바가지로 듣더라도 안정적 심사를 위해서는 세월호 7시간은 넣지 말았어야 했다. 세월호 7시간은 사실관계 규명 안돼있고 대통령은 법률적 방어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사실관계 확인하는 데 시간 오래 걸린다. 탄핵심사 기간이 세월호 때문에 6개월 넘길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야당이 지금은 박수받지만 부메랑이 돼서 ‘대통령 오래 놔두게 했느냐’는 지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국회 국정조사, 특검도 그렇고 세월호 사실관계 신속히 규명하기 위해 총력 다하고 필요하면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도 해야 한다. 그것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끝까지 새누리당에서 탄핵소추안에서 빼자고 주장했던 ‘세월호 7시간’ 문제가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참사 당일 팽목항에 있었던 금 의원은 자신의 목격담을 들려줬다.

금태섭 탄핵심판이라는 제도가 세월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최적의 절차는 아니다. 저도 고민했지만 지금 탄핵소추안에 들어가있는 건 헌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달라는 게 아니고 지금까지 청와대가 밝힌 것만 해도 아무것도 안했다는 취지다. 형사재판과 달리 헌법재판은 파면 사유 충분하느냐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따지지 않아도 돼서 이게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월호 참사 당일 팽목항에 갔다. 현장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있었는데 지금 자세한 말씀 드리긴 그렇지만 이 정부가 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자르고 위만 쳐다보고 순응형 인간들을 키우고 공적인 장관을 비롯해 이런 사람들을 액세서리처럼 다룬 게 극명하게 보인 것이 이 참사였다. 현장에서 아무것도 안 됐다. 주무장관이 그 자리에 있는데 거기서 가족들이 합리적 요구를 했다. 현장책임자를 정해달라, 그리고 구조 진행 상황을 그때그때 알려달라고 하는데 이주영 장관이 현장책임자로 자기가 아니라 밑에 국장을 정했다. 그래서 가족들이 “장관은 뭐하냐”고 물으니 “저도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위기 상황에서 장관이 자기 책임 하에 현장을 지휘해야 하는데 그냥 자리만 지키는 거였다. 현장 장악하고 필요한 경우 대통령에게 전화로 보고하고 그래야 하는데 어쩔 줄 모르는 채로 있는 거였다. 저는 항상 시스템이 중요하지 지도자가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했는데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때 생각했다. 박 대통령이 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자기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걸 철저하게 못하게 한 거다. 세월호 문제를 얘기할 때 “박 대통령이 어떻게 했더라도 사람을 더 구할 수 없는 거 아니냐, 그 자리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있었어도 그걸 어떻게 구하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장에서 보면 국민이 위기에 빠졌는데 국가가 작동하지 않는구나, 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적의 절차가 아니어도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인 운영이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을 탄핵소추안에서 빼기가 어려웠다.

‘세월호 7시간’ 얘기가 나오자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었던 이태호 실장의 목소리가 두 배로 커졌다.

이태호 처음에 세월호 특별법 통과시킬 때 새누리당은 반대했다. 헌재에 7시간 조사 요구하는 게 아니다. 조사는 특조위가 했어야 했다. 미국 9·11 위원회도 부시 면접조사했다. 일본 원전사고 조사위원회도 간 나오토 총리를 면접 조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특조위의 대통령 조사 막기 위해서 여당이 임명한 특조위원이 온몸을 던졌다.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 공개를 안 하고 측근들의 입을 통해서만 얘기가 나온다. 거짓말은 측근이 하는 거고 자기는 안 하는 식이다. 공무를 수행했다면 그 시간에 뭘 했다고 공개하는 게 대통령의 기본적인 헌법적 의무다. 이거 안 하고 있는 팩트 하나만으로 탄핵 사유가 된다. 대통령이 그걸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가 그 정보를 못 받아낸 건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거다. 하태경 의원님, 받아냈나. 못 받아냈잖냐.

금태섭 저희도 못 받아냈습니다.

이태호 그러면 탄핵의 사유라도 넣어야지. 그게 왜 탄핵 사유가 안되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보수 내부 왕정세력 퇴출

박근혜는 엽기·퇴행적 보수

대북제재도 실패…옹호할 게 없어

황교안 대행 체제 인정해

탄핵심사 안정적 관리해야

사회자 촛불시민의 입장에서 여야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정치인으로서 촛불시민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태호 촛불은 지속될 것이고 대통령, 헌재, 황교안 내각이 뭘 하는지 지켜볼 거다. 국민들이 밝힌 바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으면 여태까지 있었던 대의제, 작동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고 건설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거다.

금태섭 정치권에 정신 바짝 차리게 해준 시민들에게 존경의 말씀 드린다. 계속해서 촛불시민들이 역할해주시고 야단쳐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정치가 전면적으로 실패했지만 자정하고 교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제도권 정치에 대한 희망을 접지 마시고 말하고 싶다. 성숙한 시위를 보여주셔서 자랑스러운 마음인데 가끔식 보면 정치적 견해가 다르거나 그런 분들에 대해서 적개심을 갖고 있는 경우 많이 본다. 지난 대선 때 과반수 유권자가 박근혜 후보 찍었다. 판단이 틀릴 수도 있고 정치적 견해 정반대이더라도 같이 살아갈 사람이다. 설득하고 타협하고 상대방 인정하면 좋겠다. 저희도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격렬하게 싸우지만 같이 하기 위해서 하는 거다. 상대방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견해 다르더라도 말씀 들어보고 그런 마음 좀더 가져주시길 바란다.

하태경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해 촛불단체와 야당 일각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황 총리 끌어내릴 방법은 이미 있었다. 책임총리와 거국내각을 박 대통령이 수용했는데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박 대통령 탄핵에 국회가 동참한 건 황교안 대행 체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 거다. 그것마저 부정하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본다. 촛불단체는 정치적 요구로 황 총리 물러나라고 할 수 있지만 야당은 오히려 자제하라고 설득해야 한다. 유일호 부총리도 인정하지 않지 않나. 그 다음 서열은 국정교과서 추진한 교육부총리다. 그분은 인정하실 거냐. 황 총리 물러난다고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물러나라고 하는데 그랬을 때 남는 건 친박이다. 그게 현실이다. 리더가 그것을 보고 국민을 이끌어야지 국민의 화난 민심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면 안 된다. 야당은 황교안 내각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하시고 여야정 협의체 가동해야 한다. 그래야 1월31일 헌재소장 공백 상태를 막을 수 있다.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시민들에게 잘 설명하는 게 맞다.

사회자 일각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차기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하다고 보나.

금태섭 박통이 잘못했지만 제도적 문제도 봐야 하는데 저는 의원내각제가 답이라고 생각은 안 한다.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개헌 논의는 너무 생각이 달라서 합의점 찾기가 어려울 거 같다. 국정이 안정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온 뒤에 논의하는 게 맞다.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임기단축 가져오는 한이 있더라도 헌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

하태경 저는 내각제를 선호한다. 4년 중임제는 결과적으로 4년 단임제가 될 것이다. 개헌은 딱 2가지 방향으로 가능하다. 다음 총선 때와 같이 시기를 맞추는 것에 대해선 합의할 수 있지 않을까. 차기 대통령은 임기가 3년이 되는 거다. 그래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가 있을 거라고 보고. 대선 전에 개헌이 어렵다 하더라도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해 제1공약으로 찬반 여부가 중요한 이슈가 돼야 하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이태호 대선 전에 개헌 논의가 나오거나 결론을 내리는 것에 대한 신뢰가 있을 거 같지 않다. 광장에서 시민들과 토론해보면 구체적으로 개헌 얘기하지만 국민소환제, 모든 것을 국민투표로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것은 정치권이 하는 게 못 미덥다는 반증이지 개헌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다. 정치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국민들과 충분히 의사소통하면서 보다 나은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자 좌담회를 마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금태섭 이제 물질적 경제적인 면에서 세계가 지금 단기간에 발전하기 어렵다고 본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경제적으로 잘 살게 만들기도 어렵다. 잘살 희망이 없기 때문에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으로 나타나고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뜬금없지만 여혐 현상을 그런 것 중 하나로 본다. 희망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가 대단히 정교해져야 하는데 기본적인 역할을 못한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야 가릴것 없이 각성해서 국민들이 서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하태경 보수 성향 분들 중에 박 대통령 지키자는 미련을 가지고 있는 분들 꽤 있다. 어제도 광장에 꽤 많이 나왔다. 그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박 대통령이 다른 건 잘 못해도 대북정책은 잘한 것 아니냐는 게 그분들 관점인데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도 정말 제대로 대처한 게 별로 없다. 대북제재를 성과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대북제재는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중국이 몇달 전에 압록강 건너가는 다리 개통하고 두만강 쪽 연결하는 다리도 개통했다. 북한과 교류나 수송을 많이 하겠다는 거다. 개통식까지 했고 그건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에 동의 못한다는 공개 선언이다. 대북제재 효과는 환율과 물가 지표 보면 된다. 달러 들어가는 것 막으면 환율이 뛸 텐데 환율 변화 없고 물가도 변화 없다. 그냥 말풍선이다. 말만 많고 무능력한 거다. 탈북하라고 하는데 탈북자들이 지뢰 밟고 오기 어려우니 중국 통해서 온다. 중국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탈북을 위해서 중국의 협조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했느냐? 안 하고 있다. 지금 중국 감옥에 탈북자 수천명 있고 탈북자 잡아서 북한으로 재송환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미련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이라는 보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도 무능력하고 실패했다. 옹호할 게 별로 없다. 그런 면에서 보수 진영도 새로 각성하고 다시 태어날 각오를 해야 한다.

이태호 이번 사건이 여러 배경을 갖고 있지만 ‘이대 사태’에서 촉발됐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회운동적으로는 이대의 ‘100일 농성’이 큰 기폭제가 됐다. 평범한 이대 학생들이 느꼈던 분노, 절망감.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과 신분상승의 기대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거 없고 흙수저가 있고 2013년에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었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도 안되고 작은 규모의 젊은이들이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특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건이 뚝 떨어지니까 분노한 거다. 진짜 지금 상황의 질곡을 온몸으로 느끼는 청년세대들이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자유롭지만 위태로워진 시민들이 행동한 결과다. 그러면 정치는 성장을 약속하거나 단순히 희망을 얘기하지 말고 살림, 돌봄, 안전한 삶 이런 것들을 제대로 제공하는 것으로 정치적 우선순위를 바꿔야 하지 않나. 지금 큰 집회 와중에서 여혐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 일어나고 있다. 군중의 에너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여성이었다. 앞으로의 정치문화, 사회운동 문화가 돌봄, 살림, 여성 이런 문제로 중심로 이동하지 않는 한 대안적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야당이 혁신하든 보수가 혁신하든, 이 우선순위를 중심에 둬야 한다. 그리고 보수정부 때 민주주의는 철 지난 개념어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복지를 위해서나 뭘 위해서도 민주주의적 장치가 얼마나 중요한가. 대의제 한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자산이고 신자유주의 말기적 현상을 보이는 전 세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왼쪽부터),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기 위해 모였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왼쪽부터),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탄핵 이후'를 주제로 토론하기 위해 모였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좌담회 사회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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