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아래)와 이임순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3차 청문회에서 전화통화 여부를 두고 엇갈린 증언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통령 주치의’ 서창석 서울대 병원장과 ‘최순실 일가 주치의’인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 둘 중 하나는 위증죄로 처벌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비선 의사’이자 최순실씨의 ‘단골’이기도 한 김영재 원장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를 두고, 국회 청문회에서 서로 다른 증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서창석 병원장은 14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3차 청문회’에서 “김영재 원장을 알게 된 것은 2015년 4월 이임순 교수의 전화를 받고서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순실 일가의 주치의다.
서 병원장은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가 대표로 있는 와이제이콥스라는 회사와 함께 중동성형센터 설립 등을 추진했다. 또 와이제이콥스의 기능성 봉합사 연구와 관련한 팀을 꾸리고 10억원대의 국비를 지원 받았다. 대통령의 전 주치의(2014년 9월~2016년 2월)가 국가기관까지 동원해 대통령의 ‘비선 의사’에게 재정적 혜택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서 병원장과 김영재씨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연결고리’를 두고 관심이 쏠렸다. 서 병원장은 와이제이콥스를 소개해 준 것은 이 교수였다며 “전화로 김영재 원장의 부인이 찾아간다고, 박채윤 대표라고 들었다”고 거듭 증언했다.
반면 이 교수는 “그런 적 없다” “박채윤도 전혀 모른다”며 부인했다. 둘의 증언이 계속해서 엇갈리자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증인석에 앉아 있던 이 교수를 증언대로 두 차례나 따로 불러올리기도 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두 사람이 지난 12월6일 서 병원장 기자회견 전에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 교수가 서 병원장에게 ‘박채윤을 모른다고 말해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서울대병원 직원들에게서 나온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갑자기 서 원장한테 허겁지겁 전화가 와서 ‘이 선생님이 실(기능성봉합사) 소개해준 거 아니냐’고 얘기해 ‘왜 내 이름을 거론하느냐, 내가 언제 그 분들을 소개했느냐’고 얘기한 것이 전부”라고 거듭 강하게 부인했다. 서 병원장은 “제가 먼저 전화한 것이 맞다. (전화한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 확인 차원에서 했다”며 “(이 교수가) 박채윤과 김영재를 전혀 모른다고 해, 그날 처음 저도 그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둘의 증언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둘 중 한 사람은 위증을 하고 있다는 혐의가 짙어지고 있다. 서 병원장과 이 교수는 둘 다 산부인과 전공으로 학회 등에서 20여년간 알고 지냈으며,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임원도 함께 맡은 막역한 사이다.
이 교수는 최순실 일가의 주치의로 가깝게 지냈다. 청문회에서는 “딸(정유라)을 10여년 전부터 진료하며 최순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유라가 2015년 초 제주도에서 출산할 당시 전화로 도와달라고 요청해 직접 제주도로 내려갔다. 과거 정유라를 치료했던 (부분이) 출산할 때 조금 문제가 될 거 같다고 해서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에게 진정제 디아제팜(바륨) 등을 처방해 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산부인과 의사도 증세에 따라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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