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 행보 대조
황 대행, 어제도 국회의장 방문에
전직 총리 ‘원로간담회’ 이어가
총리실 “역할 논란 의미없다”
권한대행 광폭행보 강행 태세
황 대행, 어제도 국회의장 방문에
전직 총리 ‘원로간담회’ 이어가
총리실 “역할 논란 의미없다”
권한대행 광폭행보 강행 태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연일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정부질문 출석 등 국회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황 권한대행은 14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개별 면담을 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전직 총리 등과 ‘원로 간담회’를 이어갔다. 국정을 장악·주도하겠다는 의욕마저 엿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국회를 방문해 정 의장과 경제현안 등 국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면담은 황 권한대행 쪽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와 정부가 잘 협조해서 국민의 뜻을 받들었으면 좋겠다”며 “마침 정치권이 국정협의체를 제안했으니 잘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황 권한대행은 “정부의 국정안정화 노력에 대한 지원을 당부한다”면서도, 국정협의체 제안에 대해선 “국회와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말로 확답을 피했다.
앞서 황 권한대행은 이날 낮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홍구·고건·한덕수 전 총리와 한승주 전 외교부장관,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등 원로들과 만나 국정운영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고건 전 총리는 “탄핵정국이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국정안정을 위한 정부의 비상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여러 현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정 정책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총리실 쪽은 이날 오후 간담회 뒤 보도자료를 내어 “권한대행의 역할이 적극적이어야 하는지 소극적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의미가 없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겠다는 의욕을 내보인 셈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부터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이 날 때까지 63일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 전 총리는 총리와 권한대행의 역할을 철저히 구분하며 조심스런 행보를 유지했다. 투표로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총리 업무는 국무조정실이, 권행대행 업무는 청와대 비서실이 맡아 보좌하도록 직접 ‘교통 정리’를 했다. 청와대 쪽의 거듭된 요청에도,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 주재는 한사코 거부했다. 권한대행의 역할을 최소하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셈이다. 고 전 총리는 권한대행 기간에 신임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을 위해 단 1차례만 청와대를 방문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와 달리, 황 권한대행은 확연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는 탄핵안 가결 다음날인 10일 현안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안보, 경제와 민생,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국정을 면밀하게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일요일인 11일엔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확고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는 한민구 국방장관, 이순진 합참의장과 함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했다. 황 권한대행은 12일과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실 업무보고를 챙겼다.
둘의 차이는 국회에 대한 태도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2004년 당시 고 전 총리는 한나라당 등 야3당의 국회 시정연설 요구를 물리쳤다. 당시 총리실 쪽은 “현행 법률에 국회가 대통령을 부를 수 있는 근거조항이 없다. 대정부 질문 차원에서 총리를 부른다면 나갈 수밖에 없으나,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서의 시정연설은 이쪽에서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총리로선 출석해도, 권한대행으로선 출석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황 권한대행은 정반대다. 그는 국회의 대정부질문 출석 요구에 대해 “전례가 없어 고민 중”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전례’를 입맛대로 재해석한 셈이다. 그는 야3당 대표의 면담 요구에 대해서도 “국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 등에 대해 여러가지로 고민 중”이라며 비껴간 바 있다.
정인환 기자inhwan@hani.co.kr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를 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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