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간담회서 “6·25 제외한 최대 정치혼란…
한국인들 새 포용적 리더십 열망 알고 있다”
한국인들 새 포용적 리더십 열망 알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국민의 신뢰가 배신당했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달 말 10년 임기를 마친 뒤 내년 1월 귀국을 앞두고 평소 별명인 ‘기름장어’답지 않게 강한 발언에 나선 것이다. 반 총장이 친박근혜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이 아닌 ‘제3지대’를 둥지삼아 대선에 출마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반 총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외교협회(CFR) 초청 간담회에서 “(한국) 국민은 ‘올바른 국정운영’(good governance)이 완전히 무너진 데 몹시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믿음을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 반 총장은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 회장이 ‘당신 나라의 정치적 동요와 부상하는 중국, 북한의 미사일 위기 등에 직면해 있는데, 가장 관심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에 대해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반 총장은 “70년을 한국 국민으로 살아왔지만, 한국전쟁 발발을 제외하면 이런 종류의 정치적 혼란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에도 한국인들은 격변의 과정을 헤쳐 나왔는데, 매우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은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출입기자단 회견에서는 “나는 한국 국민들이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리더십을 열망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런 발언은 박 대통령과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자신을 ‘통합을 위한 적임자’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 총장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려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밀려났다. 그는 한때 ‘친박 대선 후보’로 꼽혀왔으나, 최근 사태를 맞아 친박계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게 됐다. 반 총장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새누리당 내분을 지켜보면서 제3지대 합종연횡, 보수대연합, 신당 창당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20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진철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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