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25일 제주포럼 참석자 한국에 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한겨레 자료사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귀국과 동시에 ‘서민’과 ‘통합’을 열쇳말로 삼아 대선 행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반 전 총장 쪽이 11일 밝혔다. 최소한 설 연휴(27~30일)까지는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화려한 외교관 출신의 친박근혜계 대선주자’ 이미지를 희석하면서 지지세를 올리겠다는 뜻이다. 반 전 총장 쪽 이도운 대변인은 11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첫 브리핑을 열고, 반 전 총장의 귀국 직후 나흘간의 일정을 발표했다.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반기문 전 총장의 사무실에서 이도운 대변인이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민 행보’는 12일 오후 5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이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이 비행기에서 내려 일반인과 똑같이 짐을 찾아 입국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입국장 주변에 간소하게 메시지를 발표할 공간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경호 또한 반 전 총장의 뜻에 따라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애초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사당동 자택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취재진이 몰릴 경우 시민 불편과 안전 문제 등이 우려돼 승용차로 귀가하는 걸로 계획을 바꿨다. 반 전 총장은 13일 사당동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귀국 신고를 한다. 이 대변인은 “지방을 방문할 때도 놀랄 정도로 수행원·의전이 단촐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내놓을 반 전 총장의 귀국 일성은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이다. 하지만 귀국인사 차원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를 만나는 것 외에는 당분간 정치인과 회동은 없다는 게 반 전 총장 쪽 설명이다. 이 대변인은 “설 연휴까지는 삶의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은 특히 서민·취약계층, 청년층의 삶의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튿날인 13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설 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세월호 참사 분향소가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을 비롯해, 광주 5·18민주묘지, 부산 유엔공원, 대구 서문시장 등을 두루 방문하며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이 대변인은 “팽목항을 어떻게 안 갈 수가 있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연히 참배해야 한다”며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14일에는 어머니가 있는 충북 충주와, 고향이자 선영이 있는 음성을 방문한다.
이날 이 대변인이 첫 언론 브리핑을 열면서, 숨겨졌던 반기문 캠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마포팀’으로 불리는 이 캠프는 총괄역을 맡은 김숙 전 유엔대사와 김봉현 전 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최형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김장수·서성교 전 대통령실 행정관, 유창수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10여명으로 짜여졌다. 안홍준·박진·심윤조 전 새누리당 의원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도 외곽에서 지원하고 있다. 옛 친박근혜계(안홍준·이상일·최형두·유창수)와 친이명박계(곽승준·이동관·김장수·서성교)가 두루 섞여있다. 캠프는 다음달께 새누리당의 충청권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대대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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