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본격 대선 행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씨가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주민복귀’ 신고를 하고 도로명 주소가 쓰인 스티커를 부착한 신분증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 대통령에 새해 인사 계획
박 지지세력까지 흡수 전략
“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 규정
청년들과 취업·주거난 등 대화
구체해법 없이 “노력하세요” 반 전 총장은 이날 아침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과 참전용사·순국선열 등의 묘역에 참배했다. 반 전 총장은 조만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방문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데 가장 핵심 역할을 한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참배와 추모메시지를 거부했다는 논란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자신이 강조하는 ‘국민 대통합’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힘써온 반 전 총장은 이날 “국가원수이시고 새해에 인사를 못 드렸으니 기회를 봐서 전화를 한 번 드리는 게 마땅치 않나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에게도 인사할 뜻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새마을운동을 긍정평가하는 등 박 대통령과 가까운 모습을 연출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말하는 등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다.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국가원수’라고 칭하며 연락하겠다고 나선 것 역시 ‘대통합’의 일환이지만, 또한 일부 박근혜 지지 세력까지 배제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청년’을 강조해온 반 전 총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그룹의 젊은이들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김치찌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과 자녀 둘을 둔 ‘초보아빠’는 주거·출산·육아·교육환경의 어려움을, 대학생 사업가와 30대 자영업자는 열악한 창업 여건을, 대학생들은 취업난을 호소했다. 반 전 총장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유엔 경험과 가족 이야기를 들어 “노력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반면, 반 전 총장 쪽이 ‘빅텐트’의 연대 대상으로 꼽고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은 모두 1940년대에 태어나 1960년대 대학을 다닌 70대다. 반 전 총장은 또 전날 귀국행 비행기에서 일부 언론과 벌인 인터뷰에서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했다. 보수적 가치를 중시한다면서도 “유엔에서 성소수자와 장애인·여성의 권리를 적극 옹호했다. 각국에 사형을 유예하도록 권장하는 유엔의 결정도 내 임기 때 이뤄졌다”며 “진보와 보수를 다 아우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수성향에 가까운 반 전 총장이 외연 확장을 위해 ‘진보적 보수’란 표현을 썼다고 본다. 보수층을 다지지 않고서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완전히 멀리할 수는 없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책과 인물경쟁력을 중심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이경미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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