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TV’와 탄핵안 가결 뒤 첫 인터뷰
각종 의혹에 “허황된 얘기, 산더미처럼 덮여있어”
“촛불시위, 근거 약했던 ‘미국산 쇠고기’때와 유사”
태극기 시위엔 “촛불시위 2배 참여…가슴 미어져”
정규재 티브이 화면 갈무리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한편,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허황된 얘기가 산더미처럼 덮여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보수성향의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티브이(TV)’와의 인터뷰에서 “쭉 진행과정을 추적해보면 오래전부터 기획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기획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긴 좀 그렇다. 하여튼 뭔가 우발적으로 된건 아니라는 느낌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처럼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허황된 얘기”라며 “허황된 얘기로 탄핵을 시키고, 끌어내리기 위해 거짓말을 만들어냈다면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건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낮 녹화된 인터뷰는 저녁 8시를 넘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방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설을 앞두고 여론 반전을 노린 청와대의 ‘기획성 인터뷰’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틀 전에도 국립묘지의 부모님 묘소를 참배하는 대통령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자신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빗대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탄핵을 기각하라는 보수단체의 ‘태극기’ 시위에 대해선 “이제 촛불시위의 2배도 넘는 정도로 열성을 갖고 참여한다고 들었는데, 그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 법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고생을 무릅쓰고 나온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촛불 시위에 나가 직접 말을 할 계획은 “없다”고 한 반면, 태극기 시위에 가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아직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의혹에 대한 부인으로 일관했던 박 대통령은 마무리에서도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선거 때 1500만이 넘는 유권자들이 저를 지지해 줘서 이렇게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는데, 보답을 못드려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뒤 “그것 보다도, 너무나 많은 허황된 얘기와 그것이 진실이라로 하면서 엄청난 허황된 얘기가 만들어져 산더미처럼 덮여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많은 허구 속에 오해를 받고 있는게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게 내 잘못이 아닌가 받아들인다”며 “이런 와중에도 지지를 보내주고 응원해준데 대해 힘들지만 힘이 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