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김종인·손학규·김무성 만나
‘대선 전 개헌’ 고리로 연대 제안
박지원 등 야당 부정적 반응
박·안철수, 손학규·정운찬 회동
차별화된 빅텐트 세우기 주력
‘대선 전 개헌’ 고리로 연대 제안
박지원 등 야당 부정적 반응
박·안철수, 손학규·정운찬 회동
차별화된 빅텐트 세우기 주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국민의당이 설 연휴 앞뒤로 ‘제3지대 빅텐트’의 주인 자리를 놓고 쟁탈전을 벌였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손학규·박지원·김무성 등 주요 제3지대 핵심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대선 전 개헌’을 제시하며 손을 내밀었으나, 가시적 성과물은 얻지 못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안철수-손학규-정운찬-김종인 연대’ 뜻을 명확히 하며 일단 반 전 총장과 차별화된 ‘빅텐트’ 구성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끝으로 제3지대 주요 인사들과의 회동 ‘1라운드’를 마쳤다. 반 전 총장은 앞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21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27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29일)과 만나 ‘대선 전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연대를 제안했다. 대선 전에 ‘내치 총리’와 ‘외치 대통령’을 뼈대로 한 헌법 개정을 하는 데 뜻을 모으자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 쪽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박지원 대표는 30일 반 전 총장과 회동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근혜 정권을 청산하고 개혁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설명을 했고, 반 전 총장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일련의 발언과 행보에 대해 우리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반 전 총장이) 설사 국민의당 입당을 원한다 해도 지금은 받을 수 없다. 함께 하기 힘들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여권과 야권 양쪽에 걸치려는 반 전 총장의 ‘반반전략’과 그에 따른 지지율 하락 상황에서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박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부터 본격 게임이 시작된다”며 “(반 전 총장의) 변화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면 (국민의당 입장도) 변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기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7일 회동에서 손학규 의장으로부터 “수구세력과 분명한 선을 그으라”고 요구받은 반 전 총장은 28일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힙을 합쳐서 우리나라를 구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 전 총장은 27일 손 의장에게 ‘대선 전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한 ‘반기문-손학규-김종인’ 연대를 제안하면서 “새누리당에서 정진석·이주영 의원 등도 합류할 것”이라고 했지만, 손 의장은 “그렇게 하면 여당에 얹히는 것”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연쇄회동 가운데 29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친박(근혜)·친문(재인) 패권 청산을 위한 대선 전 분권형 개헌 추진’에 합의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바른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정치교체’라는 대의명분과도 안 맞아, 반 전 총장 쪽 내부에는 입당에 부정적 견해가 많다.
“우리가 제3지대”라고 주장해온 국민의당은 주도권 잡기에 적극 나섰다. 박지원 대표는 앞서 지난 26일 손학규 의장을 만났고, 안철수 전 대표는 30일 오전 정운찬 전 총리를 만나 반 전 총장과 차별화된 ‘빅텐트’ 구성에 속도를 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손학규, 정운찬, 경우에 따라선 김종인 (민주당) 의원 이런 분들과 함께해서, 강한 경선을 통해 정권교체의 길로 매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정 전 총리와 만나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공정성장·동반성장을 주제로 한 공동토론회도 열기로 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안 전 대표가 지난 28일 위로 전화를 건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박 시장과의 통화에서 “조만간 자리를 같이 하자”며 만남을 제안했다고 한다. 안 전 대표가 민주당의 ‘비문 세력’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진철 최혜정 기자 nowhere@hani.co.kr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설날인 28일 오전 충청북도 음성의 선산을 찾아 성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오른쪽)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시내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