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김문수 비대위원 쪽 제공/연합뉴스
새누리당 일부 친박계 의원들과 대선주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깃발 아래 몰려들고 있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눌렸던 보수강경파들이 재결집하면서 친박 세력은 물론, 존재감을 끌어올리려는 새누리당 대선주자들까지 결합하는 모양새다.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새누리당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전 경기지사)은 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설립은 자유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한 정당한 통치행위”라며 “박 대통령은 사익을 취한 적이 없고 국민의 신의를 배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특검 수사 발표나 헌법재판소 동영상을 본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간 몇차례 친박과 비박 사이를 오간 김 전 지사는 지난해 탄핵 찬성 입장을 유지하다 지난 4일 탄핵 반대 집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이인제 전 의원도 같은 날 집회에 참여해 “처음부터 탄핵을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 참석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몰리는 친박·보수강경파들의 지지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4일 탄핵 반대 집회에는 새누리당 친박계 윤상현·조원진·김진태·전희경 의원도 참석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탄핵 반대 의사를 밝혀왔고, 윤상현 의원은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와중에는 발언을 자제하다가 지난달 14일부터 이 집회에 참석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윤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부모님·할아버지 세대들은 태극기를 가슴에 새기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었다. 자유는 힘이 있을 때 지킬 수 있다”고 집회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조원진·전희경 의원이 가세한 것이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난처한 처지다. 탄핵을 반대하는 강경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후보 영입을 거듭 시사하면서도, 당 쇄신 명분과 어긋나는 탄핵 반대 기류를 좌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최근 반성과 쇄신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우려한다. 특히 대선에 나서는 분들이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하고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경선 후보 등록을 받을 때 그동안 이분들이 활동한 것을 따져서 우리 당의 정체성과 맞는지 검증할 것”이라며 에둘러 경고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일부 정치인들이 시위 현장에 나가서 선동하는 모습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극우단체 집회에 참석한 분들은 대통령 후보가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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