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정치판으로 성큼-
‘특검연장=대선영향’ 불승인 논리
자유한국당 입장과 판박이
박근혜, 특검 건너뛰어 안전지대로
문재인 “황, 대선 출마 염두 행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 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27일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정치 내전’을 부추기며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그만큼 정치판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 것이기도 하다.
황 대행은 특검 연장에 찬성하는 압도적 여론과 정반대의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치 논리’를 끌어들였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서는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행하여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보여온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황 대행은 “정치권에서도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 등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도 했다. 이 또한 국회에서 유일하게 특검 연장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을 자신의 방패막으로 삼은 발언이다. 강경보수층을 뒷배 삼은 자유한국당과 공유한 이해관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특검 중단은 우선 박 대통령에게 가장 큰 법률적·정치적 이익을 안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도 없이 특검을 건너뛰게 됐다. 박 대통령의 운신 폭을 제한해온 특검이 공중분해된 데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뒤 일반인 신분으로 특검의 강제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사라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에 대해 “박 대통령을 향해 좁혀가는 특검 수사를 막고, 비호하겠다는 노골적 사법방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더라도, 조기 대선 국면에서 고강도로 수사를 전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이후에도 새 대통령 취임으로 통합의 분위기가 조성될 터이므로 검찰이 적극적으로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이미 ‘친박·강경보수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황 대행은 이처럼 ‘박근혜 지킴이’를 자임함으로써, 실제 대선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강경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외연 확장을 포기한 결정이지만, 줄곧 보수층의 지지를 한몸에 받아온 황 대행으로서는 ‘명확한 선택’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밤 <제이티비시>에 출연해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검 연장 거부도 그 일환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해온 그의 이력을 봐도 이번 결정은 예견돼 왔다.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옷을 벗은 황 대행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됐고 이후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나 임명장을 받은 터에 박 대통령을 저버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이달 초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은 황 대행이 특검 연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으리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황 대행은 온 나라를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규명을 가로막은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은 분명해보인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