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대선출정식을 마친 뒤 한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9대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1980년 대학생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하고자 본인이 찾아간 구로공단, 그곳에서 이제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대선 출사표를 내민 것이다.
심 후보는 “저는 스무 살, 구로공단에 발을 디딜 때부터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국가라고 믿었다”며 ”그 약속과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 없이 ‘반값 인생’ 취급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워킹맘들 △세계 최고의 스펙을 갖고도 고시원과 알바를 전전하고 있는 청년들 △한 달이 멀다 하고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자영업자들과 농민들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수 있고 최소한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이 디지털단지에도 일 주일에 이틀밖에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80시간씩 공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한다”며 아이티 업계의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그는 “일주일에 이틀밖에 집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결혼하고 어떻게 애를 낳냐”며 “저출산 문제는 여성문제가 아닌 노동문제다. 가족 없는 노동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시스템의 문제, 이것을 확 바꾸겠다”고 말했다.
“될 사람 찍어야 한다”는 ‘사표 심리’와 싸우는 심 후보는 문재인·안철수 양강 후보를 모두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는 “개혁의 방향을 잃었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을 떠났고 촛불의 핵심요구인 사드 입장을 180도 바꿨”고 “공공보육의 원칙도 표를 위해 버렸다”고 했다. 심 후보는 “촛불 시민혁명의 과정으로 치러지는 대선인데 촛불을 버린 후보를 새로운 대한민국의 선장으로 맡길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문재인 후보는 “개혁 의지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재벌개혁 의지도 희미”하고 ”노동 문제에 인색하다”고 했다. 심 후보는 “그렇게 대세에 안주하는 정권으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은커녕 현상유지도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한 사람 바꾸는 선거가 돼서는 안 된다”며 “60년 대한민국의 노선을 대전환해야 한다. 승자독식, 성장제일주의의 대한민국 사회를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0년 기득권 체제, 개혁할 수 있는 후보 딱 한 사람 있다”며 “제가 잘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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