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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문재인 ‘전달력’-안철수 ‘경청’ 높은 점수…둘 다 ‘열린 자세’ 아쉬워

등록 2017-04-20 21:35수정 2017-04-21 16:09

전문가 5명이 본 후보들의 소통 능력

유승민, 공감능력·전달력 돋보여
1차 토론 유연함, 2차땐 신경질도

심상정, 공감·전달력 높은 평가
경청·열린자세는 다소 떨어져

홍준표 5개 항목 모두 소통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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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29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세월호 유가족 40여명이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켜 주세요”라고 애원했지만, 대통령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박 대통령은 200자 원고지 쉰넉장 분량 연설을 했지만,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위로나 공감의 표현은 한 글자도 없었다.

8개월여 뒤 또 다른 참사가 미국에서 있었다. 백인 청년이 사우스캐롤라이나 한 흑인교회에 총을 난사해 9명이 숨졌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해 묵념한 뒤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추도객들이 따라 불렀다. 그는 희생자 9명의 이름을 부르며 추도사를 마쳤다. 미국 언론은 이때를 오바마 집권 2기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다.

철옹성 같던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건 북한도, 척결하고 싶어 했던 좌익세력도 아닌 스스로의 ‘불통’이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때도 기자 질문을 거의 받지 않았고, 드물게 이뤄진 질의응답 때 ‘장관 대면보고를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불통 지도자를 내쫓고 새 지도자를 뽑는 자리에 ‘소통’이 간절히 요구되고 있다. 지난 8일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가 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필수 덕목으로 소통 능력(23.9%)이 정책 추진 능력(27.2%)에 이어 둘째 항목으로 자리했다. 통합 리더십(22.2%)이 셋째였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소통이 되어서’라는 응답이 26.4%로 가장 높았다. 가치·정책(23.3%)과 인물·리더십(23.3%)이 뒤를 이었다.

20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열린 한 대선 후보의 유세에 모인 시민들이 후보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20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열린 한 대선 후보의 유세에 모인 시민들이 후보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20일 <한겨레>는 5명의 소통 전문가와 함께 대선 후보 5인의 소통 능력을 평가했다. 내용에 대한 평가는 제외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교수 3명(김창남·김현주·한규섭)과 심리분석가(이승욱), 설득전문가(김호)가 나섰다.

소통 능력 평가를 위해 글보다는 말, 연설보다는 대화를 보기로 했다. 5명에 대한 일관된 평가를 위해 지난 13일과 19일 이뤄진 대선 후보 5인의 1·2차 텔레비전 토론회를 분석 재료로 삼았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사정상 1차 토론 평가에만 참여했다.

평가 잣대는 △공감 △경청 △이해력 △열린 자세 △전달력 등 5가지로 했다. ‘공감’은 말하는 내용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받아들이는가를 봤다. 공감을 위해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고, 이는 상대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이해력’으로 연결된다. 제대로 이해하면 본인이 틀릴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갖게 된다. 이승욱 닛부타의숲 정신클리닉 대표는 “대통령의 소통 능력은 단순히 말을 잘하거나 연설을 잘하는 문제가 아니다. 반대 세력을 설득하고 타협의 장으로 이끌어 내야 하는데, 이는 남의 말을 잘 듣고 주변과 자기 자신에게 열려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다섯 항목 평균 4.5점(5점 기준)을 받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4.1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0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8점이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7점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경청과 이해력, 전달력 등 3개 분야에서 4점 이상을 받았다. 공감과 열린 자세에서는 3.8~3.9점으로 다소 낮은 평가를 받았다. 1차 토론 때 시종일관 웃으며 토론에 임하는 등 겉으로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문 후보는 경쟁 후보의 정책을 칭찬하거나 자신의 공약과 유사한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유있고 편안해 보였던 1차 토론 때와 달리 2차 때는 당황하는 모습을 노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문 후보는 2차 토론 때 집중 공격을 받다 보니 우물쭈물하거나 답변을 회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고 말했다.

19일 저녁 서울 여의도 케이비에스(KBS) 방송국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저녁 서울 여의도 케이비에스(KBS) 방송국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경청(4점) 부분에서 4점대 평가를 받았고, 나머지는 3점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달력 부분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규섭 교수는 “안 후보는 점잖고 포용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답변이 너무 학습된 내용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김현주 교수는 “안 후보는 상대 후보의 부정적 질문에 언제나 ‘아닙니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주장은 강하지만 근거 제시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토론 태도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나왔다. 이승욱 대표는 “1차 토론 때 안 후보가 홍준표 후보로부터 ‘좌파인가 우파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저는 상식파’라고 답한 뒤 몸을 홱 틀어 다른 후보를 향했다”며 정서적 여유가 적어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에 대한 해법을 논하면서 “제 와튼스쿨 동문이기도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하겠다”고 답한 부분은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승민 후보는 공감 능력에서 4.8점을 받았고, 이해력과 전달력도 4.6~4.7점으로 양호했다. 열린 자세 부분이 4.2점으로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승욱 대표는 “유 후보가 1차 토론 때 이념적으로 반대편인 심상정 후보와 ‘공약이 비슷하다’는 말로 유연한 태도를 보여 인상적이었다”며 “그러나 2차 토론 때는 다소 평정심을 잃거나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심상정 후보는 공감과 전달력 부분에서 각각 4.7, 4.6점의 평가를 받았지만, 경청과 열린 자세에서는 3.7, 3.3점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심 후보가 1차 토론 프레젠테이션 때 창원 촛불집회에서 만난 청년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을 두고서는 공감 능력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호 대표는 “서민을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영향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내러티브를 담아야 메시지도 살아난다”고 분석했다. 김현주 교수는 “심 후보는 2차 토론 때 타 후보들이 지나치게 과거 얘기에만 몰두하자 스스로 사회자 역할을 맡는 등 조정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홍준표 후보는 5개 분야 전부 2점대 점수를 받았다. ‘동문서답’이 적지 않고 지지 세력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강한 의견만 남발했다는 지적이었다. 심 후보에게 “대통령이 될 일이 없는 분”이라고 말한 대목은 무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현준 조일준 기자 haojune@hani.co.kr

대선후보 5인 소통 평가, 누가 어떻게 했나?

<커뮤니케이션 교수 3명, 심리학자 1명, 컨설팅 전문가 1명 참여>

대선 후보 5인의 소통능력 평가에는 김창남 경희대 교수(언론정보대학원)와 김현주 광운대 교수(미디어영상학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이승욱 닛부타의 숲 정신클리닉 원장, 한규섭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 등 5명이 참여했다.

한 교수와 김창남 교수는 각각 <대통령의 성공조건>과 <정치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책을 쓰는 등 정치 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가다. 김현주 교수는 한국스피치커뮤니케이션 학회장과 방송학회장 등을 지내는 등 일반 화법 및 소통 분야 전문가다. 심리분석가인 이승욱 원장은 후보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심리상태를 추론하는 작업을 맡았고, 설득 및 위기 대응 전문가인 김호 대표는 후보들의 프리젠테이션 능력 등을 평가했다. 13일 1차 텔레비전 토론회와 19일 2차 토론회를 본 뒤 공감, 경청, 이해, 전달, 열린자세 등 5개 항목에 점수를 매겨 이를 평균 내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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