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2007년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담은 회고록 출간으로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켰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번엔 정부가 기권 결정 전에 확인한 북한 입장을 담은 것이라며 ‘청와대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지난 19일 방송 토론회에서 ‘주적’ 공방 등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몰아세웠던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은 이번엔 ‘종북 좌파’ ‘대통령 자격 부족’ 등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쳤다. 국민의당도 ‘문재인 후보의 말바꾸기’를 문제 삼으며 정직성 논란을 제기했다. 문재인 후보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좌시하지 않겠다”며 형사고발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송 전 장관이 21일 <중앙일보>에 공개한 문건을 보면,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에 북남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강조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송 전 장관은 이 문건이 2007년 11월20일 ‘아세안+3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머물던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호텔 방으로 불러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에 앞서 “북한에 반응을 물어보자”고 말했고 북한의 반대 뜻을 확인한 뒤인 11월20일 기권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던 송 전 장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물증’이라는 것이다. 반면, 문 후보 등은 그동안 11월16일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미 기권을 결정한 뒤 북한 반응을 탐문했다고 맞서왔다.
문 후보는 이날 “이번 논란은 ‘제2의 엔엘엘 공세, 북풍 공작’이다”라며 “잘못된 이야기에 대해 송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송 전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건 공개를 ‘색깔론 공세’로 규정하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국민의당은 문 후보가 회고록 출간 직후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을 문제 삼아 ‘문재인의 거짓말’을 부각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께서는 지금 밝혀진 부분들에 대해 직접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논평했다. 그는 이날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연히 찬성해야 한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문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문재인 후보의 ‘대북관’을 문제 삼았던 보수 후보들도 문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북에 물어본 여러 가지 정황증거가 명백하다고 본다”며 “거짓말에 관한 부분,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거짓말하는 분, 안보 관련해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않는 그런 분한테 국군통수권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회의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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