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김영춘·임종석의원등 전대 출마 고민중
“젊은 얼굴로 위기돌파 해야” 당내 목소리 ‘솔솔’
김부겸·김영춘·임종석 의원 등 열린우리당의 소장파 재선 의원들이 지도부 진출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선 이들 재선 의원들이 내년 전당대회에 집단적으로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종석 의원은 13일 “소장파 재선 의원들이 당의 위기에 대한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당에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비상집행위에 참여 중인 김영춘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부겸 의원 쪽도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재선들의 이런 움직임은 당 내부의 위기의식과 맞닿아 있다. 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10% 미만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맞붙어봤자 ‘빅매치’가 아니라 ‘오픈게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나름의 대중성과 지명도를 갖춘 재선 그룹을 내세워 전당대회의 흥행요소를 가미하자는 얘기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의장 뿐만 아니라 지도부의 얼굴을 젊게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의 시선을 붙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 의원들이 당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따가운 시선도 이들의 ‘결단’을 재촉하는 요소다. 당내엔 1980년대 총학생회장 경험을 공유한 초·재선 의원이 9명에 이르지만, ‘모래알’처럼 흩어져 두드러진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16대 국회 때는 정동영·천정배·신기남·김한길·정세균·정동채·추미애 의원 등 재선 그룹이 강한 결속력을 과시하며 주요 당직에 포진했고, 당 쇄신운동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 재선 의원은 “16대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고도 권노갑·박지원씨 등 비공식 라인의 측근들을 표적삼아 대중적인 호응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 대신 공격할 수 있는 표적이 없다는 점도 초·재선들의 운신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 주변에선 과거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젊은 재선 그룹의 출마를 통해 전당대회 흥행에 성공한 전례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2000년 민주당의 8·30 전당대회 때는 정동영·김민석·추미애 등 3명의 재선 의원들이 최고위원에 집단 출마해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정 장관은 7명 가운데 4위로 당선됐고, 여세를 몰아 이듬해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도 재선의 원희룡·김영선 최고위원이 나란히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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