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역대 대선에서 모두 보수 후보를 지지했다. 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부산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바람에 민감하기도 하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전임인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부산에서 득표율을 2배가량 끌어올려 이회창 후보를 2.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지난해 총선에서도 부산 지역구 18석 가운데 5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19대 대선 총 유권자 수는 4243만2413명이다. 부산은 294만7853명, 울산 94만457명, 경남 273만8889명을 합하면 피케이(PK) 유권자는 전체 15.6%를 차지한다. 서울과 경기 다음으로 유권자 수가 많다. 대선 결과를 바꾸는 데 충분한 숫자다.
이번 대선에서는 강력한 보수 후보가 사라져 부산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안정적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반문 표심’이 어디로 결집하느냐가 승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달간 여론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에서 문재인 후보는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문 후보는 부산에서 39.9%를 얻었다. 대세론을 형성하지만 동시에 40%가 그의 최대치라는 해석도 나오는 이유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흐름을 보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각 당 경선이 끝나기 전인 3월 넷째주·다섯째주의 5자 가상대결에서 20% 선을 유지했다. 이후 컨벤션 효과를 타고 25%(4월 첫째주)→28%(4월 둘째주)→30%(4월 셋째주)까지 올랐으나, 텔레비전 토론 이후 실망한 지지층이 빠져나가면서 4월 넷째주에는 21%로 줄었다. 대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0%로 뛰어올라 안 후보와 대등한 위치에 섰다.
결국 안철수·홍준표로 대표되는 반문재인 표심이 특정 후보로 쏠리느냐, 두 후보가 균등하게 나눠 갖느냐가 관건이다. ‘사표 방지’ 심리를 감안하면 두 후보 중 한명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 안 후보가 하락세, 홍 후보가 상승세인 점은 홍 후보에게 유리하지만, 홍 후보는 보수층 결집만 노리고 있어 일정 수준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