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 금언은 8회말로 달려가는 5·9 대선에도 마찬가지다. 리드하는 후보라도 막판 역전을 막기 위해 번트 작전과 도루를 마다하지 않는다. 따라가는 후보들도 큰 한방보다는 배트를 짧게 쥐고 차근차근 주자를 늘려간다. 각 후보 지지자들의 응원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과 선거 당일 지지자들이 할 수 있는 응원 방법들은 다양하다. 선거법은 무섭다는 선입견은 떨쳐버리고 모두가 치어리더가 될 수 있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일 오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서울역 대합실 선거홍보관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사전투표란 부재자 신고 없이 주소 등록지가 아닌 곳에서도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대통령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오늘 4일과 5일 이틀동안 실시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는 9일 선거일 당일에는 대통령 후보 본인을 포함해 누구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에스엔에스(SNS), 인터넷, 문자메지시, 이메일은 예외다.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선거운동은 ‘인증샷’이다. 당장 4~5일 사전투표부터 써먹을 수 있다. 치어리더처럼 다리찢기같은 고난도 자세를 취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다만 편하게 손가락 몇 개만 펴보이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훌륭한 응원단이다. 기표소를 나온 뒤 엄지척, 브이(V), 손가락 셋·넷·다섯 등 어떤 손동작도 무방하다. 기호 11번부터는 손가락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사진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려서 자신이 찍은 후보를 ‘은근히’ 알리면 된다. 기존에는 특정 후보의 기호를 연상시키는 투표 인증사진은 허용되지 않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 다 풀렸다.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벽보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도 된다. 응원의 재미는 상대팀에 대한 ‘야유’도 가능하다는 데 있다. 싫어하는 후보의 벽보 앞에서 엑스(X) 동작을 취하고 인증샷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려보자. ‘좋아요’, ‘웃겨요’, ‘싫어요’를 누른 이들에 따라 정치적 적과 동지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리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니 조심해야 한다.
카카오톡 등 프로필 사진에 자기 얼굴 대신 지지하는 후보의 사진이나 벽보를 게시해도 된다. 지지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 싫어하는 후보에 대한 불리한 기사를 에스엔에스에 열심히 퍼날아도 된다. 다만 이를 복사해서 길거리에 붙이거나 뿌리면 안 된다. 비방하거나 허위의 내용을 전파해도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문자메시지, 이메일에 음성이나 동영상을 첨부해서 보내도 된다. 인터넷 카페, 블로그, 트위터에서도 가능하다. 후보로부터 받은 선거운동 정보를 ‘팔로어’들과 돌려보는 ‘리트윗’도 가능하다. 다만 그 대상이 20명을 초과하거나 자동 전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은 후보만이 가능하니 응원단은 뒤로 빠지자. 미성년자와 공무원, 통·반장 등도 선거운동은 하지 못한다.
누구도 선거운동 할 수 없지만
SNS·인터넷·문자·이메일은 가능
특정후보 지지·반대 인증사진 허용
기표소 투표지 사진은 올리면 안돼
이번 대선 치르는 비용 3110억원
투표용지 4248만장 등 종이만 5천t
나무한테 안 미안하려면 투표해야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 다만, 국민주권같은 추상적인 거 말고 투표 포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느낌이 또 다르다. 대선에는 큰 돈이 들어간다. 이번 대선을 치르는데 들어가는 돈은 3110억원에 달한다. 강원도 태백시 1년치 예산 규모다. 투·개표에 투입되는 장비와 시설, 인력 예산이 1800억원, 정당에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이 421억원이다. 여기에 대선이 끝난 뒤 득표율에 따라 차등 보전하는 선거비용이 889억원(17·18대 대선 평균치) 정도로 예상된다. 투표율 100%를 가정할 때 유권자 1명이 표를 행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7300원이다. 큰 돈이 아닌거 같지만 역대 대선 투표율이 7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투표하지 않은 나머지 30%를 위해 쓴 돈이 93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나무한테도 미안하지 않으려면 투표를 하는게 좋다. 투표용지와 공보물, 선거벽보에 쓰인 종이는 5천여t, 30년 된 나무 8만6천그루를 베어야 한다. 투표용지 4248만여장을 차곡차곡 쌓으면 최근 개장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의 8배 높이인 4248m에 달한다고 한다. 길이가 28.5㎝인 투표용지를 한 줄로 이으면 1만2106㎞나 된다. 서울에서 미국 뉴욕(1만1000㎞)을 찍고 시카고까지 닿을 수 있다. 15명 후보의 선거벽보는 모두 122만8276장을 인쇄했다. 면적으로 따지면 서울 잠실야구장의 50배(70만856㎡)에 이른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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