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조만간 외국으로 출국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비서관이 문 대통령 당선 직후인 10일 해외로 출국한 데 이은 양 전 비서관의 백의종군 선언은 문 대통령이 ‘대탕평 정부’를 강조하고 있는 정권 초기에 측근들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6일 여권의 핵심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문 대통령은 15일 저녁 양 전 비서관을 비롯해 지근거리에서 선거를 도왔던 이들과 만찬을 가졌다. 양 전 비서관은 이 자리에서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고 널리 인재를 발탁할 수 있도록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양 전 비서관의 요청에 수긍하며 눈물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최측근들만 참석했다.
양 전 비서관은 15일 가까운 이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도 이런 뜻을 밝혔다. 문자메시지에서 그는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다. 그분과의 눈물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라”며 그동안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을 둘러싼 ‘패권’ 논란을 거둬주길 간청했다. 양 전 비서관은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해 장기간 외국에 체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언론노보 기자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일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2012년 대선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해온 정권 창출의 주역으로 꼽힌다.
선거 과정에서 ‘인재 영입’으로 문 대통령을 도왔던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을 운용할 때 적합한 사람이 있고 권력을 만들 때 적합한 사람이 있다. 순항할 때 필요한 사람이 있고 위기일 때 필요한 사람이 있다. 저는 후자에 맞다”며 백의종군할 뜻을 밝혔다. 앞서 ‘3철’의 한 명로 불리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 역시 지난 10일 “마침내 저도 자유를 얻었다.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며 국외로 출국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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