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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임종석 비서실장 다녀간 날, 롤러코스터 탄 국민의당

등록 2017-07-14 15:50수정 2017-07-14 20:11

만족 → 혼란 → 분노 → 진정
만족 : 임 실장 방문해 추 대표 ‘머리 자르기’ 사과
혼란 : ‘추경 심사 복귀’ ‘더 지켜보자’ 의견 분분
분노 : 청 수석 “사과 아니다” 발언에 “더티한 정치”
진정 : 임 실장 ‘추 대표에 대한 사과 맞다’고 해명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면담 내용으로 보이는 수첩 메모를 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면담 내용으로 보이는 수첩 메모를 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7월13일은 청와대도 국회도 모두가 바빴지만 특히 국민의당이 난리였습니다. 감정 기복도 심했습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녀간 날, 국민의당의 하루는 이랬습니다.

(만족)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날 국회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은 것은 낮 12시께였습니다. 점심시간을 노린 기습 방문에 어느 기자도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진 못했습니다. 임 실장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국민의당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협조 기조에 제동이 걸리자 직접 해결하러 왔습니다. 임 실장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박 위원장은 이날 낮 2시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장에 들어왔습니다. 의총장에서 박 위원장은 박지원 전 대표를 만나 왼손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며 웃었습니다. 추 대표의 공격 대상이 된 박 전 대표를 놀리는 제스쳐였는데요. 박 전 대표도 웃으면서 자신의 목덜미를 만졌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마구 터졌습니다. 의총장 분위기가 오랜만에 화기애애했습니다.

모두발언을 통해 임 실장의 ‘사과’를 의원들 앞에 내놓은 박주선 위원장은 지방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본청 앞에서 차에 타면서 박 위원장은 “(추 대표가) 타격을 입은 것 아니냐. 청와대에서 추 대표의 발언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라면서 말끝을 흐렸습니다. 추경 심사에 복귀할 의향이 엿보였습니다.

10여분 뒤엔 박지원 전 대표가 다른 일정으로 먼저 의총장을 떴습니다. 추 대표와의 공방에서 “목을 내놓겠다”는 말을 내놓은 당사자죠. 기자들이 붙었습니다. 요며칠 방송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수차례 추 대표를 비판하던 박 전 대표입니다. 웬일인지 이땐 자신을 주어로 하는 말을 삼갔습니다.

-추 대표와 박 전 대표님 사이 공방이 있었는데요. 청와대 사과 어떻게 보나?

“청와대에서 사과를 대신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상응하는 데미지를 입을 것이다, 그러면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추 대표의 직접 사과를 기대하나?

“원내 대변인에게 물어보십시오.”

-추 대표 발언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었는데 청와대에서 사실상 대신 사과한 것, 어떻게 보나?

“청와대 비서실장이 ‘(추 대표가)대통령도 못 말리는 언컨트롤러블(uncontrollable)한 사람이라서 자기들이 사과한 것은 굉장히 추미애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데미지가 갈 것이다, 이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는 그런 설명을 들었습니다.”

-박 전 대표의 의견은?

“제가 받아들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죠. 지도부에서 의원들이 받아들이면 받아들인 것이고요.”

재차 의견을 묻자 박 전 대표는 “내 의견은 묻지 말라. 나는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일 뿐이다”라고 말한 뒤 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청와대가 나서 사과한 데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는 눈치였습니다. 전·현직 지도부이기도 한 두 호남 중진들의 답변에서 ‘이 정도면 정부·여당에 협조하자’는 뜻이 읽혔습니다. 추 대표와의 갈등으로 계속 평행선을 달리기 보다는 ‘접어주는’ 모양새로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 등으로 당의 입지가 보다 악화된 상황도 어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혼란)

그런데, 이들이 먼저 떠난 뒤 의총장 분위기는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최명길, 김중로, 장정숙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사과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3선의 유성엽 의원도 “다른 야당을 빼고 우리만 추경 심사에 복귀하는 것보다는 일단 보류하고 며칠 더 기다리자”는 의견을 내놨다고 합니다. 중간에 나온 손금주 의원은 “추 대표 본인이 사과한 것이 아니고, 이후에도 동일하게 추 대표에게서 유사한 발언이 계속 나올 경우 우리가 어떤 입장을 표해야 하냐는 우려가 있었고, 국방부·노동부 지명자에 대한 (대통령의) 의사가 아직 안 밝혀진 상황이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가 나섰다고 바로 정부·여당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추 대표 등의 태도 변화를 살피며 야당의 존재감도 고려하자는 취지입니다.

반면 복귀하자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개혁적인 호남 중진부터 중도·보수 성향의 비례대표 의원들까지, 국민의당 의원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이들 사이에서 온도 차이가 있었던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김동철 원내대표가 ‘협조’로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1시간 반 가량의 논의 끝에 결국 국민의당은 사과를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추경 심사 복귀’의 결론이었습니다.

(화남)

그런데 일이 이대로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오후 4시15분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관련 브리핑을 하며 “임 실장이 추 대표에 대해 언급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은 말 그대로 ‘뒤집어졌’습니다. 임 실장과의 면담 뒤 ‘협조’로의 기조 변화에 앞장섰던 지도부도 이번에는 방방 뛰었습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더티한 정치 좀 그만 하라고 하십시오. 여기 와서 한 말과 수석이 한 말이 다른 그런 더티한, 유치한 정치 좀 그만 하라고 하세요! 이런 저급한 유치한 정치를 해서 되겠습니까? 청와대가 통 크게 해야죠. 정부·여당이 양보하면서 쟁여서 가는 것이죠. 더 큰 목표를 향해서 가는 것이죠. 무슨 꼬투리 하나까지 양보하지 않고 하나 책잡히지 않으려고 하면서 무슨 큰 정치를 합니까?”

김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됐습니다.

“‘오해를 불러 일으킨 사람’이 맥락상 추 대표지 누구입니까? 추 대표 때문에 사과한 것이죠. 그래놓고 유치하게 그런 식으로 부정하고 넘어가려고 하면 됩니까? 박주선 위원장도 사람이 선이 굵고 저도 항상 모든 것을 상대를 이해하면서 가려는 정치를 하고 싶은데 이렇게 째째하게 나오면 화가 나잖아요!”

화가 났다고 했습니다. 다른 보수 야당들과 달리, 국민의당이 선제적으로 나서 정부·여당에 협조하기로 했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말장난’으로 뒷통수를 때리냐는 취지였습니다. 간만에 국정 운영 협조에 발을 맞추며 ‘캐스팅보터’로 존재감도 보여주려는 참에 스텝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목소리에 담겨있었습니다.

5시10분께 임 실장이 박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추 대표에 대한 사과가 맞다’고 바로잡아주면서 화는 다시 가라앉았습니다.

이후 저녁 6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가 자진사퇴한 반면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에 대해선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민의당은 다시 다소 술렁였습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추경에는 “대승적으로 임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의원들 의견수렴을 더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13일 하루종일 웃고 화났던 국민의당은 또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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