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정원 뺀 19개 기관 대상
적정성 따져 내년 예산 반영 계획
적정성 따져 내년 예산 반영 계획
감사원이 ‘눈먼 돈’으로 불려온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를 겨냥해 칼을 빼 들었다.
감사원은 18일 대통령실·법무부 등 19개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점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모든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예산 편성·집행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특히 특수활동비 편성의 필요성과 예산 규모의 적정성 등도 면밀히 분석해, 기밀 유지의 필요성이 낮은 경우 자진 감액 등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 등을 위해 마련된 예산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예산 편성·집행과 증거 서류 제출 등에 대한 재량권이 비교적 폭넓게 인정돼왔다. 하지만 현금으로 지급되고 사후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는 탓에,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예산 집행의 투명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검찰·법무부 간부가 연루된 이른바 ‘돈봉투 만찬’에서 오간 돈의 출처도 검찰의 특수활동비였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감사원은 정부 예산안 국회제출 시한(9월1일)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감사인력 20명을 투입해 최대한 빠르게 점검을 마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내년도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에 점검 결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예산 편성 관련 규정도 경비지출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점검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사례가 발견되면, 따로 감사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국가정보원은 예산 대부분이 특수활동비로 이뤄져 다른 부처와는 성격이 다르고, 고도의 기밀유지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따라 이번 점검에서 제외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지난 5월25일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7억원 가운데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하고 이를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 예산에 보태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17년 정부 예산을 보면, 특수활동비는 대통령비서실·국가정보원·국방부·경찰청 등 20개 정부기관에 모두 8938억원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은 4930억8400만원을 국가정보원이 사용한다. 이어 국방부(1814억3400만원)와 경찰청(1301억5600만원), 법무부(285억8300만원) 등의 차례로 특수활동비가 많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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