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 3호’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해결’이다. “과거사 진실 규명과 보상 문제의 해결을 통해 실현되지 못한 사회 정의를 세우겠다”는 뜻이다. 제주4·3사건 등 참여정부 미완의 과제로 남았던 과거사 청산이 현 정부에서 매듭지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당장 올 하반기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닻을 올릴 예정이다.
국정기획위 정치·행정 분과위원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0년 활동을 마친 진실화해위가 8천여건의 과거사 피해 사실을 규명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밝혀내지 못한 사건들이 더 많고, 피해자 배·보상 문제 등도 남는 등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는 내년 출범할 2기 진실화해위 활동 등을 통해 임기 내내 과거사 진실규명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쟁과 군부독재 시기에 이뤄진 국가폭력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2005년 말 출범한 진실화해위는 5년간 진정사건 8468건의 진실을 규명했다. 한국전쟁기 이뤄진 가장 큰 민간인 학살로 꼽히는 국민보도연맹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방대한 과거사에 견줘 활동 기간이 짧았던 데다 이명박 정부 때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위원장을 맡는 등 홍역을 치르면서 아쉬움 속에 활동을 마쳐야 했다.
정부는 내년 초 2기 진실화해위의 활동을 재개해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사건을 접수하고 진실규명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문 대통령의 임기인 2022년까지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과거 1기 진실화해위가 한정된 기간 동안 활동해 한계가 있었던 만큼 과거사별 피해자·유족단체 등이 참여하는 과거사통합재단을 설립해 유해 발굴, 위령 사업, 연구·조사 등 후속 조처를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진실화해위의 활동 범위나 방식은 아직 논의중이다. 입법 과정에서 1기 진실화해위의 한계를 보완할 방안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배·보상을 위해 피해자들이 일일이 소송을 내야 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가 필수적이다. 1기 진실화해위가 이미 정부와 정치권에 ‘피해보상을 위한 배·보상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는 이미 소병훈(민주당)·진선미(민주당)·권은희(국민의당) 의원 등이 제출한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데,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엔 배·보상특별법 제정이 담겼고, 소병훈 의원은 국무총리 소속 피해자 보상위원회 설치를 법안에 반영했다. 조사 시기를 ‘문민정부 출범 전까지’로 한정지은 1기 때보다 범위를 넓힐지도 관심이다. 권은희 의원의 개정안은 ‘권위주의 통치시까지’만 심사 대상으로 본 기존의 법안 문구를 ‘이 법 시행일까지’로 고쳤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도 ‘완전 해결’을 목표로 추가적인 진상규명과 배·보상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18일 광주를 찾아 “헬기 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선 처음 공식 사과했던 제주 4·3사건의 경우 암매장 유해 발굴과 희생자 추가신고는 물론 내년 70주년 기념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함으로써 명예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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