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징계위 열어 의결
주에티오피아 대사도 성추행 의혹…
감사관실 직원 현지 조사중
외교부, 감사·징계 강화 등 성비위 대책 내놔
주에티오피아 대사도 성추행 의혹…
감사관실 직원 현지 조사중
외교부, 감사·징계 강화 등 성비위 대책 내놔
직원 성폭행 혐의를 받아온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대사관의 현직 외교관 ㄱ씨가 21일 파면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징계위원회에서 (외교관 ㄱ씨에 대한) 파면 (처분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중으로 감사관실을 통해 징계위 의결 사항을 ㄱ씨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파면은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가운데 최고 수위의 중징계로, 공무원이 파면 처분을 받으면 5년간 공직 재임용이 제한되며 퇴직 급여액과 퇴직 수당이 절반으로 깎인다.
이날 파면 처분이 결정된 ㄱ씨는 지난 8일 함께 근무하는 행정직원 ㄴ씨와 식사를 하던 중 만취해 의식을 잃은 ㄴ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ㄴ씨 가족의 신고로 알려졌으며, 외교부는 지난 12일 ㄱ씨를 본부로 소환했다. ㄱ씨는 조사 과정 내내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외교부는 ㄴ씨가 제출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지난 14일 ㄱ씨를 준강간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피의자 주소지인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에 사건이 배당됐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ㄱ씨와 같은 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의 김아무개 대사의 성추행 의혹도 불거져 외교부에 비상이 걸렸다. 외교부는 당시 휴가차 귀국 중이었던 김 대사에 대한 일차 조사를 벌인 뒤 현지에 감사관실 직원들을 급파한 상태다. 김 대사의 경우, 현지에서 코이카 인턴 직원 등 젊은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교부는 현재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들에게 전수조사 형태로 김 대사의 성비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성추문이 잇따라 불거지자 외교부는 이날 성비위 관련 복무기강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미성년자로 가장한 칠레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파면된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 박아무래 참사관 사건 발생 뒤 준비를 시작한 대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부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행정직원 대상으로 실태를 진단하고 해외 선진국 사례조사 등을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성비위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 중에 있었다”며 “그간 검토한 대책을 보다 신속하고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이날 내놓은 종합대책은 △감사 및 징계 강화 △신고·처리절차 개선 △예방교육 내실화 △상호존중 조직문화 확립 등 4축으로 구성됐다. 감찰담당관실 신설을 추진해 감사 때 성비위를 필수 점검 항목으로 두고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공관장의 경우 징계 수위를 불문하고 공관장에 재보임을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통 정책을 발표하면 앞으로 있을 부분에 대해서 하는 게 맞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같은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는 공관장으로 부임 자체가 어렵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소급 적용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외교부는 또 포털에 ‘성비위 안심신고’ 탭을 개설해 피해자와 제보자 신상을 보호하고 ‘감사관 핫라인’도 설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아울러 관리자와 직원을 나눠 직급별 맞춤 성비위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전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에 나서는 등 조직문화 개선에도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가 내놓은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잇따라 발생하는 외교관들의 성비위 사건 예방에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외교부 내에서는 이번 계기에 과거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던 성비위 사건 등을 다시 살펴보며 성추행 등 소위 낮은 수위의 성비위의 경우는 눈감아주던 악습의 뿌리를 뽑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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