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KBS2 ‘냄비받침’ 출연
자유한국당 대표 선출 뒤 첫 인터뷰
대선 당시 막말 논란 등에 해명
자유한국당 대표 선출 뒤 첫 인터뷰
대선 당시 막말 논란 등에 해명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 대표 선출 뒤 처음으로 한 인터뷰가 화제입니다. 홍 대표는 25일 밤 <한국방송2>(KBS2) 예능 프로그램 <냄비받침>에 출연해 개그맨 이경규와 1시간 남짓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시대의 리더’라는 주제로 마련된 자리인데, 지난주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왔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자랑할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어서” 그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는 홍 대표는 당과 본인을 둘러싼 ‘오해’ ‘일방적인 보도’에 대해 해명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아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 8가지만 추려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과연, 충분한 해명이 된 걸까요?
1. 청주 수해복구 봉사는 상징적 의미였다
홍 대표는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오찬 회동에 불참했습니다. 대신 김태흠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과 함께 수해를 입은 충북 청주시 한 시골된장 시범화 사업장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애초 계획안에는 오전 11시~저녁 6시라고 쓰여 있었지만 12시15분께 도착한 홍 대표는 2시15분께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중 40분은 점심시간이었으니, 결국 ‘삽질’은 1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는 거죠.
홍 대표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2. 내가 장화를 신겨달라고 안 했다
19일 청주 수해복구 현장에서는 봉사 시간뿐 아니라 홍 대표의 장화 신는 모습도 논란이 됐습니다. 이른바 ‘장화 의전’ 논란인데요, 현장 관계자가 허리를 숙여 홍 대표에게 장화를 신겨주는 모습에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마치 유리구두를 신는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한다고 해서 ‘홍데렐라’라는 새 별명까지 얻는 홍 대표는 이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3. 내가 60이 넘었는데 반말을 좀 해도 안 되나
평소에도 말투가 다소 거친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에스앤에스(SNS)에서 젊은 유권자들을 향해 “야들아, 내가 너희 롤모델인데 왜 나를 싫어하냐”며 반말로 반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진행자 이경규가 묻자 홍 대표는 간단명료하게 답했습니다.
4. 사위한테 가슴에 못 박히는 소리 하면 안 된다
홍 대표는 19대 대선 당시 ‘영감탱이’ 발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해명에 나섰습니다. 홍 대표는 지난 5월1일 전북 전주 유세현장에서 결혼 전 자신을 무시한 장인과 26년 동안 인연을 끊고 살았다면서 장인을 일컬어 ‘영감탱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에 홍 대표는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라고 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도 비슷한 취지로 해명하면서 진행자인 이경규에게 ‘조언’까지 합니다.
5. 내가 강에 빠져 죽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홍 대표는 지난 4월17일 대구 유세현장에서 “선거에 못 이기면 정말 우리는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낙동강뿐만 아니라 금호강, 제주 앞바다도 등장했습니다. 대선에 진 홍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6. 마약 한 오바마도 용서받았다
아무래도 ‘돼지발정제’ 논란에 대해서는 홍 대표가 억울한 게 많았던 모양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까지 예로 들며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했는데요, 홍 대표의 말은 이렇습니다.
7.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한 것은 죄송하다
‘막말’ 논란에 관해 묻자 “내가 막말한 게 뭐가 있나. 영감탱이? 그건 경상도 기준으로는 막말도 아니다. 언론에서 자기들이 듣기 부담스러우면 막말로 몬다”고 목소리를 높인 홍 대표지만 명확하게 사과한 발언도 있습니다.
2009년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 대표는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었던 추미애 대표가 최저임금법 등을 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자 “나오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든지 배지를 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주 같은 프로그램에 나왔던 추 대표가 홍 대표와의 관계를 “뻘쭘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홍 대표의 사과는 이랬습니다.
참고로 당시 추 대표는 “우리 애 다 컸다”고 응수했습니다.
8. 자유한국당은 젊은이들이 좋아할 이유가 없다
홍 대표는 젊은층에서 지지율이 약하다는 말에 “탄핵당한 정당을 좋아하겠나. (자유한국당은) 젊은이들이 좋아할 이유가 없는 정당이 됐다”고 답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곁에서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했다는 “돈도 백도 실력”이라는 말을 꺼내며 “이 말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젊은 층이 20~40대가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홍 대표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인터뷰 초반 홍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원래 그거는 영수회담 시간 맞춰서 봉사활동 하기로 작정하고 간 거다. 그래서 12시 15분부터 1시56분까지 했는데 영수회담 안 가고 봉사하러 간다는 의미로 그 시간에 맞춰서 봉사한 거지. 우리 직원들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깔끔히 치워주고 갔다. 당 대표가 가는 거는 상징적 의미인 거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연한 <한국방송2>(KBS2) 예능 <냄비받침>. 방송 갈무리
장화를 벗고 신을 때 미끄럽다. 옆에서 잡아준 거지, 무슨 신겨준 거냐. 신기는 내가 신었는데. 옆에서 미끄러질까 봐 잡아준 거지, 뻘 구덩이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연한 <한국방송2>(KBS2) 예능 <냄비받침>. 방송 갈무리
내가 이제 갓 60이 넘었는데 반말을 좀 해도 안 되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연한 <한국방송2>(KBS2) 예능 <냄비받침>. 방송 갈무리
이경규씨도 딸이 있던데 사위가 인사하러 왔을 때 가슴에 못 박히는 소리 하면 안 돼. 아버지가 돼가지고 품평회하고 그러면 가슴에 못이 박힌다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연한 <한국방송2>(KBS2) 예능 <냄비받침>. 방송 갈무리
내가 죽겠다는 뜻이 아니라 빠져 죽자고 그랬지. 선거 떨어졌다고 죽으면 우짜나. 그런 각오로 잘하자는 뜻이었지.
내가 한 것도 아니고 하숙집의 한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는데 그걸 내가 못 말렸다 이 말이야. 지난번에 오바마 같은 경우에 자기 고등학교 때 마약 했다고 고백했어. 그것을 공화당에서 공격하니까 미국 사람들이 용기 있는 고백이라고 했어. 내가 한 것도 아니고, 못 말린 건데 지금 와서 나를 이런 성폭행범으로 몰고 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연한 <한국방송2>(KBS2) 예능 <냄비받침>. 방송 갈무리
그때 애를 한번 먹여 가지고, 내 기억이 나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
당 대표가 두 번째인데, 이놈의 당이 잘 나갈 때는 나한테 기회를 안 준다. 긴급구조자로 부를 때만 나를 시켜주는데, 지금은 허물어진 돌담 하나하나 쌓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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