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열린 국회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노골적인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 의원이 소속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역시 지난 대선 기간 토론회 등에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 의원은 김 후보자의 동성애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며 “성소수자를 인정하게 되면 근친상간 문제랄지, 소아성애, 시체성애, 수간 즉 동물과의 성관계까지도 비화될 것이다. 인간 파괴와 파탄이 불 보듯 뻔하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후보자가 2012년 성소수자 인권 관련 학술회의를 연 사실을 언급하며 “불과 얼마 전에 동성애 문제 떠올랐는데 5년 전부터 이런 쪽에 관심을 가진 것은 보편적 시각에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진보적인,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성애와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한 편견도 드러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인용하며 “전 세계 에이즈 감염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만 증가했다. 특히 청년층, 청소년 신규 감염자가 폭등했다”며 “우리나라 미래 세대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동성애 옹호·조장 활동 및 부도덕하고 유해한 동성애 독재 보호 법리에 의해 불치병에 감염되어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적 지향은 결코 법으로 보호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동성애에 대해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가짜뉴스’ 중 하나로 지난 대선 기간 홍준표 대표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검증대에 올라 ‘거짓’으로 판명된 바 있다. 홍 대표는 4월25일 열린 4차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겨냥해 “동성애에 반대하냐”고 여러 차례 물었고 이 과정에서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가 1만4000명 이상 창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의 주장은 수치부터 틀렸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발표한 ‘2015년 HIV/AIDS 신고 현황’을 보면 2015년 말까지 누적 집계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 수는 1만502명인데, 이 중에서 에이즈 환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 환자는 HIV 감염인 중 일부다. 건강한 상태로 살아가는 HIV 감염인들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이 아니다”며 “HIV 감염은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HIV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전파된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가 공식 누리집 등을 통해 밝힌 입장이다. 그런데도 홍 대표에 이어 이 의원이 또다시 공식석상에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드러낸 것이다.
이 의원에 이어 질의를 이어간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의원 주장은) 지극히 논리적인 비약”이라고 평가하며 “동성애 문제는 성숙한 토론과정을 거쳐 국민적 공통분모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 사회적 논의가 채 성숙하지 않은 가운데 지도급들의 의견이 불쑥 튀어나오면 되레 분열과 갈등 양상을 심화시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발언을 촉구했다.
김 후보자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동성애 관련 발언이) 좀 조심스럽다”며 기 의원 말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