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당론 못 정한채 법사위로 “백지상태서 다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올해를 넘겨 ‘장기 미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검·경 수사권 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내부 의견 차이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책임을 넘겼다.
이은영 열린우리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지금까지 여당 내부 논의와는 별개로, 법사위에서 백지상태에서 다루기로 했다”며 “법사위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대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빚는 쟁점 사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국회나 상임위 논의에 넘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 위원장은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올해 안에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 안에 지난 6월 설치된 ‘검·경 수사권 조정 기획단’(단장 조성래 의원)도 사실상 활동을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단은 그동안 경찰을 수사권 주체로 인정하는 큰 틀에만 합의했을 뿐, 독자적인 수사권 부여 범위나 법조문 기술 방식 등에서는 시각 차이가 커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한편, 법사위의 여야 의원들은 지난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여야 구분없이 의원들마다 의견이 달라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법사위에는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은 국회에서 결정해야 하지만, (청와대는) 검찰과 경찰의 의견을 조율해 합의된 안을 당에 보낼 것”이라며 “가능한 올해 안에 끝내려 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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