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로 더불어민주당 성북구청장 후보자. 사진 이승로 후보자 페이스북 갈무리
이승로 더불어민주당 성북구청장 후보의 이름으로 성소수자와 외국인 노동자, 성매매업소 종사자를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글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후보는 “명의가 도용됐다”고 밝혔고, 해당 글을 썼다는 주민은 “이 후보 명의로 이메일을 보냈다.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지만, 그 배경을 두고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일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목회자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글이 퍼졌다. 이승로 후보 이름으로 지난 4월29일 작성된 이 글은 동성애자, 외국인 노동자, 성매매 여성 등에 대한 혐오를 담고 있다. 작성자는 이 글에서 “서울시 의원으로 재직 시 동성애 확산 방지를 위해 분투하였다. 저의 부단한 노력으로 각종 조례와 시행규칙을 정비해 하마터면 전혀 배울 것이 못 되는 선진국형 동성애 문화에 물꼬를 트려는 시도를 막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저를 지지하여 주신다면 세계적 명산 북한산을 품고 있는 성북구를 주님이 좋아하시는 아름답고 거룩한 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견마지로를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소돔에 내린 형벌을 열 번이라도 받아야 할 미아리 텍사스가 밤바다 불야성을 이루고 심지어 각양의 피부색깔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도 출몰한다”며 성매매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이승로 후보는 이 글이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신생중앙교회에 다니고 장로인 것은 맞지만 이 글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 수소문해 작성자를 찾았는데 경로잔치 등에서 2~3번 만난 분이었다”며 “2015년 성북구에서 인권무지개센터와 관련한 예산 5400여만원이 예결위를 거쳐 서울시에서 불용 처리된 적은 있지만, 조례 등에서 내가 동성애 문화를 막았다는 말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제 명의로 된 글을 접하고 많이 놀랐다. 제가 작성한 글이 아니고 제 생각도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제가 성북구청장으로 당선되면 구정운영의 주요 가치로 ‘인권’을 꼽고 있다. 제 명의를 도용해 배포한 것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승로 더불어민주당 성북구청장 후보 페이스북에 댓글로 올라온 글.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이 후보는 또 해당 글을 직접 쓴 이의 ‘사과문’도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후보의 지지자’이며 ‘길음동 주민’이라 밝힌 이는 “평소 이 후보를 적극 지지해 여러 온라인 소통공간에 우호적 포스트 및 댓글, 메일 등을 보내왔는데 본의 아니게 지난 4월29일 이승로 후보 캠프와 상의 없이 이승로 후보 명의로 이메일을 보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이승로 후보를 비롯해 여러분들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마음의 상처를 드린 부분 깊이 사과드린다”며 “특히 저의 주관적 편견으로 동남아 이주 노동자분 및 성매매업소 여성들을 비하한 부분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보 페이스북에는 해당 글과 관련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가 강력한 법적 조처 등을 하지 않고, “캠프와 상의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혔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반대편도 아니고 지지자가, 과정이 전혀 이해되지 않지만,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한 거나 다름없는데, 이렇게 달랑 (사과문)이미지 파일 올려놓고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정말 후보님이 인권을 주요 가치로 꼽고 계신다면 명예를 엄청나게 훼손한 건데 법적인 대응이라도 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시민은 과거 이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회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담은 기사를 올린 뒤, “해명 요청 드린다”고 썼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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