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전 차장 주장과 대치
정·재계 등 국내인사들에 대한 불법감청을 지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임동원(71)·신건(64) 전 국가정보원장은 12일 “아르2, 카스 등 불법감청 장비의 개발과 사용을 몰랐으며, 감청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임 전 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최완주)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2000년 11월께 당시 김은성 차장이 오찬 자리에서 ‘휴대전화 감청은 이론적·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니 원장님은 안심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전직 원장들이 모두 도청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김 전 차장 등의 주장을 부인하는 것이다. 신 전 원장도 “2001년 1월 폐기할 때가 돼서야 두 장비가 있음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두 원장은 또 “통신첩보 보고서를 받았지만 국내 인사에 대한 감청 내용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8국 실무자들은 국내 인사의 감청 내용을 보고서에 올렸다고 진술하는데 그럼 둘 가운데 한쪽은 거짓말 아니냐”며 두 전 원장들을 추궁했다. 임 전 원장은 ‘국정원 감찰실에서 불법감청을 왜 적발하지 못했느냐’는 검찰 신문에는 “불법감청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불법감청을 한 차장·국장이 스스로 중단하는 용단을 내리거나 원장에 중단을 제기해야 했다”고 답했다. 신 전 원장은 “차장 재임 때 문민정부 아래서 불법감청이 있었음을 알았지만, 정권교체 뒤 대폭적인 인사 물갈이로 저절로 쇄신된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4시간여 진행된 이날 공판에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 공판은 26일 열린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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