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당, 하루 2명 릴레이 단식 돌입
정의당 “민주·한국당, 예산 처리하듯
문 걸어 잠그고 합의안 논의하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가 12일 오후 국회 중앙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손학규(바른미래당)·이정미(정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한 지 7일째인 12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안에 합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의결하자는 수습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 방향에 합의하자고 밝혔지만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제에 부정적이어서 바른미래당·정의당의 단식 중단 및 여야 협상 복원이 쉽지 않아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 뒤 “민주당은 그동안 여야가 논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며 하루빨리 여야 5당이 기본 방향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연동형 비례제라는 큰 틀의 선거제도 합의를 이룬 뒤 정개특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자는 얘기다. 앞으로 개혁입법을 위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의 연대가 필요한 민주당은 이번 제안으로 야 3당과의 대립 국면을 일단 해소한 뒤 정개특위에서 민주당이 구상하는 선거제도 방안을 관철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 도입 방향에 여야 5당이 합의하자’는 민주당 제안은 곧바로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 지도부의 부정적 기류에 막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제도 관련)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면서도 “연동형 비례제는 의원 정수 확대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 의원 수를 늘리는 건 국민들이 싫어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4당 원내대표와 손학규·이정미 대표를 두루 만나 신임 원내대표로서 인사를 나눈 자리에서도 ‘연동형 비례제에 합의해달라’는 주문을 들었지만 “당내에서 논의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회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정유섭 의원도 이날 정개특위 1소위원회 회의에서 “개인적으로 연동형 비례제를 반대한다. 연동형 비례제를 받으라고 하면 떼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야 3당은 거대 양당이 만나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합의하는 것이 먼저라며 공동 농성 체제를 유지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김관영 원내대표 등을 시작으로 하루 2명씩 24시간 릴레이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단식을 푸는 최소한의 조건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자유한국당과 예산안을 처리할 때처럼, 두 당이 밀실에서 문 걸어 잠그고 (선거제도) 합의안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의 취임 축하인사차 국회에 들렀다가 단식 중인 손학규·이정미 대표를 찾아간 자리에서 ‘국회 합의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좋은 합의안이 나오고 국민 설득이 필요하면 대통령도 (같이) 설득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이경미 김미나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