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나선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왼쪽부터)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대전/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2월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나선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왼쪽부터)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대전/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다.”
자유한국당 한 중진의원의 전당대회 관전평이다. 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들었다. 2019년 백주대낮 국회에서 울려 퍼진 “5·18 폭동” “유공자는 괴물집단” 주장에 나라가 뒤집어졌고, 의자와 책상 반입을 거부당해 화가 났다는 탄핵 대통령은 옥중에서 선거 개입을 시도한다. 임기가 2주도 남지 않은 비상대책위원회는 안일한 초기 대응으로 일을 키우더니, 결국 망언 3인방에 대한 ‘반쪽 징계’로 무능과 무책임의 정점을 찍었다. 6·13 지방선거 참패 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었지만, 쇄신·혁신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이 틈에 변방에 머물던 극우세력이 ‘결집력’을 무기로 당의 주인 행세를 하는 모양새다.
제1야당의 급속한 퇴행도 문제지만, 더 위험한 징후는 의원들의 ‘침묵’이다. 지난 8일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의 망언이 알려진 뒤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이는 장제원(재선), 김무성(6선) 의원 둘뿐이다. 장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 퇴행적 급진 우경화 현상은 보수 결집은커녕, 보수 환멸을 조장하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썼고, 김 의원은 11일 “5·18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자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의원들은 뒤에서 불만만 털어놓을 뿐 공개적인 발언을 꺼린다. 혼자 ‘쓴소리’를 해봐야 개인만 내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로선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구조다. 박근혜 탄핵 이후 한때 자유한국당의 주류는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며 탈당했다 돌아온 인사들(복당파)로 채워졌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및 극렬 지지층인 ‘태극기부대’와 선을 그으며 ‘개혁 보수’로서 당의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했다. 보수 통합을 위해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는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도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해 말 원내대표 선거 당시 비박계 김학용 의원이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나경원 의원에게 더블스코어로 참패하면서 ‘정치적 결사체’로서의 성격은 거의 소멸됐다고 한다. 전당대회에 황교안·김진태 후보에 맞서 개혁 보수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도 무산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태극기부대 포용’ 등의 발언을 하면서 당내 비박계와 결합하는 데 실패했다.
이들은 일단 “기다려보자”는 태도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별일 없이” 당 대표가 될 것이고, “우리 당의 특성상 (소속 의원) 112명 중에 105명이 황교안에게 줄을 설 것”(한국당 한 의원)이라고 본다. 새 대표가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박 전 대통령 및 태극기부대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을 지켜본 뒤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이 본격적인 ‘옥중 정치’에 나설지도 주요 변수다. 자유한국당 안에선 박 전 대통령이 친박계를 중심으로 대한애국당을 포함한 정계개편을 주도할 것이라는 ‘설’이 분분하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과의 통합 문제, 전당대회 출마를 접은 홍준표 전 대표가 어떻게 장외 정치를 펼칠지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 이후 잠행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과 ‘미래’의 영역일 뿐, 당의 현실은 반동과 퇴행이다. 또 자유한국당 내 극우 목소리는 상황에 따라 주춤할 순 있지만, “(5·18 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있다”(한국당 한 의원)는 주요 지지층이 바뀌지 않는 한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복원력’을 가늠할 첫번째 시험대는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제명안 처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이들의 제명을 결의하더라도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를 채우려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5~20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한발짝 앞으로 나아갈까 뒤로 물러날까. 지켜볼 일이다.
최혜정 정치팀장 idun@hani.co.kr[관련 영상] 이슈3분컷: 5·18이 북한군 소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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