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6 18:10
수정 : 2019.04.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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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컨테이너 3대가 올려져 있다. 농작물이 소량 심어진 안 의원의 컨테이너 주위로 잘 정리된 주변 경작지들이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고구마 심어놓고 그냥 내버려두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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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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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컨테이너 3대가 올려져 있다. 농작물이 소량 심어진 안 의원의 컨테이너 주위로 잘 정리된 주변 경작지들이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고구마 심어놓고 그냥 내버려두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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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해도 됩니까?”
<한겨레>의 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2회가 보도된 다음날인 지난 5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 의원은 자신의 동생이 투자유치본부장을, 자신의 보좌관 출신 장아무개씨가 사업본부장을 맡은 특수목적법인 ‘강화경제자유구역프로젝트매니지먼트’가 진행하던 사업을 20대 총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는데요.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일대에 ‘휴먼메디시티’ 조성 공약을 제시한 안 의원은 당선 5개월 뒤인 9월 길상면 온수리 농지 2필지를 매입했습니다.
그는 다른 매체 기자가 <한겨레> 보도에 관한 확인 질문을 하자, 동생 등이 관여된 특수목적법인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닌 허위”라고 일축했습니다. 안 의원의 해명은 해당 매체에 그대로 보도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 의원의 해명은 거짓입니다. 동생이 투자유치본부장으로 참여한 사실은 해당 법인에 몸담았던 안 의원 보좌관 출신의 장씨와의 통화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이 통화 내용은 녹음이 돼 있습니다. 사실 관계가 포함된 녹음파일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주겠다고 하자 안 의원은 “동생이 하는 일을 어떻게 다 알겠느냐”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국회의원들의 농지 소유 실태에 대한 탐사보도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4월3~22일 6회에 걸쳐 보도)을 취재한 박유리입니다. 의원들은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해명자료를 내놨습니다. 보도가 나가기 전에 내용증명을 보낸 의원, 회사 앞으로 찾아와 “공천 앞둔 시점이 아니면 한겨레 사옥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읍소하는 보좌관들도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21대 총선을 1년 앞두고 공천 규칙 등을 정하기 위해 공천제도기획단과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를 각각 구성해 최근 본격 활동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보도 이후 ‘법적 대응’ ‘언론중재위 제소’ 카드를 빼든 그들의 해명, 또는 보도자료는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사항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주승용(국회부의장) 바른미래당 의원실 또한 시민단체에 사실이 다른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애초 예비타당성조사에 준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검증과 기본설계 1차 단계에서는 주 의원의 토지가 있는 전남 여수 덕양리 마을이 아닌, 이 마을 뒷산을 통과하려던 노선이 (덕양리 마을로) 바뀐 사실을 <한겨레>가 보도했습니다. 주 의원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직원들이 참석한 주민 간담회에서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이 기존 덕양리 도로를 확장하지 않고 뒷산으로 새 길을 내면 국가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익산국토관리청이 노선을 주 의원 땅이 있는 덕양리 마을로 바꾼 것이죠.
이 보도를 접한 시민단체 ‘정치개혁여수시민행동’이 “수사 당국과 국토교통부 관련 공무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성명을 발표하며 납득할 조치가 없다면 청와대 국민청원 등 각종 운동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주 의원 비서관은 해당 시민단체에 연락해 “확인도 하지 않고서 성명을 작성했다. 주 의원은 주민 간담회에 참석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5일 주승용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왜 간담회 참석을 부인했는지 질의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당시 기자가 ‘간담회에 참석하셨던데요?’라고 물었는데 13년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참석한 것으로 인정을 한 것이다. 그렇게 인터뷰했을지 몰라도 간담회에 참석한 바 없다”고 다시 말을 바꿉니다. 그러나 주 의원이 주민 간담회에 참석했으며 당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기자의 질문에 본인이 직접 시인한 사실입니다. 이 내용은 국회부의장실에서 한 차례, 전화 통화로 또 한 차례, 두 차례에 걸쳐 녹음돼 있습니다.
자신이 내놓은 공약을 부인한 의원도 있었습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안성팜랜드~고삼호수 등을 잇는 여행 코스’, 20대 총선에서 ‘고삼저수지 수변공원화 추진(서울-세종고속도로 고삼휴게소 건설과 연계)’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이 공약을 내세운 이듬해 7월과 12월 고삼저수지 하류 쪽인 고삼면 월향리에 농지와 임야를 매입해 2층집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고삼 호수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의 공약 사항은 2016년 3월29일 본인의 누리집에 게재돼 있어서 이를 미리 갈무리(캡처)하고 페이지 주소를 보관했습니다. 김 의원은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사실이 아닌 악의적 보도”라며 일방적 해명을 이어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법적 대응’ 카드는 추가 보도 확산을 막는 의원들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사실 관계도 맞지 않는 보도자료가 일선 정치부 기자들에게 배포되고, 때론 그대로 보도되기도 합니다. 그들의 해명 자료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박유리 탐사팀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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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29일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20대 총선 당시 내놓은 공약. 김 의원 누리집을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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