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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3 17:40 수정 : 2019.06.03 22:11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황교안 대표 ‘삼사일언’ 당부에도
회의실 밖 바닥에 앉은 기자들에게
“아주 걸레질 하네…” 도 넘은 발언

나경원·김현아·정용기·민경욱…
한달새 당 내부 ‘막말’ 무한반복

‘젊은 정당으로 변모’ 외쳤지만
당의 전략과 현실에 괴리감만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막말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엔 당 사무총장인 한선교 의원이 국회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을 향해 “걸레질을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오다 바닥에 앉아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말했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은 비공식 질의 응답으로, 의자나 책상 등이 없는 복도에서 진행되는 탓에 기자들 다수가 바닥에 앉아 대기하며 노트북을 사용한다.

한 의원은 이후 입장문을 내어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라며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회의장 안에서 취재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등 열악한 취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한국당은 정치를 오염시키고 있는 막말 릴레이에 대해 공당답게 해당 정치인들의 퇴출과 21대 총선 공천 배제 조치 등을 약속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막말 브레이크’ 없는 한국당 한 의원의 발언은 황 대표가 이날 회의 중 밝힌 당부 사항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한국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 대표는 이날 비공개회의 중 “요즘 우리 당의 거친 말 논란이 안타깝다”며 “불리한 언론 환경에서 자칫 ‘막말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 발언이 당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염려에 항상 삼사일언, 즉 세 번 생각하고 한 가지 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황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저희 당 여러분들의 ‘말씀’에 대해 우려하고 걱정하시는 여당의 말씀도 있고 국민들의 말씀도 있다”라며 “저희 당은 사실에 근거한 정당, 사실을 말하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더욱 각별히 애쓰겠다”고 했다.

황 대표의 이런 발언은 지난 주말 터져 나온 정용기 정책위의장, 민경욱 대변인의 막말을 의식한 것이다. 정 의장은 지난 3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지도자는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부로서 더 낫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황 대표가 직후 “부적절한 측면이 많았다”며 사과했으나 정 의장은 오히려 당당하게 맞섰다. 정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당 대표님의 뜻을 존중해 짧게 하겠다. 지난 금요일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려고 하는 이런 세력에게 빌미가 된 것을 우려하는 국민이 계신다. 이 부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사과라기보다 여전히 자신의 발언이 악의적으로 왜곡돼 억울하다는 항변에 불과했다.

지난 31일 민경욱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헝가리 다뉴브강 참사를 언급하며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적었다가 안팎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이후 “문 대통령이 구조대를 지구 반 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며 화살을 청와대로 돌렸지만, 여전히 실종자 가족을 배려하지 못한 언행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한 달을 돌이켜봐도 한국당 내부의 막말은 ‘무한반복’ 양상이었다. 한선교 의원은 지난달 7일에도 당직자 실무 회의에서 욕설을 하면서 사무처 직원을 회의실 밖으로 내쫓았다가 당 노동조합으로부터 공개 사과를 요구받았다. 지난달 11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지지자를 향해 극우 성향 누리집에서 사용하는 ‘달창’이란 단어를 내뱉어 물의를 빚었다. 16일에는 원내대변인을 맡은 김현아 의원이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댔다가 이튿날 사과했다.

■ 청년·중도층 사로잡을 수 있나? 최근 한국당은 내년 총선의 핵심 전략으로 ‘꼰대 정당’에서 벗어나 ‘젊은 정당’으로 변모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오는 5일에는 황교안 대표가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에세이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를 발표하면서 20~40대를 대상으로 한 토크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한국당은 의원 전원에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도록 하는 한편, 청년 부대변인을 10명 안팎으로 대거 영입해 청년층과의 접촉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당의 전략과 실제 현실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 당 지도부가 주축이 된 막말 논란은 청년·여성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전략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낳고 있다.

더구나 한국당은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에 이어,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한 차명진 전 의원·정진석 의원에 대해서도 당원권 정지 3개월 및 경고 등 ‘징계 시늉’을 하는 데 그쳤다. 이런 탓에 당의 어정쩡한 대응이 경쟁적인 ‘막말 논란’을 오히려 부추겼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언론에 나와 존재감을 부각시키면 다음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은 막말이 강한 대여투쟁의 모습, 충성스러운 행동이라고 느끼고 있는데다가, 한국당의 전반적인 조직 문화도 막말에 대한 조처를 제대로 취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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