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을 계기로 지난해 6월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한미 외무장관 회담이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고,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한다. 이에 앞서 최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을 순방한 마이클 그린 미국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은 중국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직접 만나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촉구하는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 국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도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6자 회담을 통한 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에 대한 정상 간의 의견교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콧 매클렐런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 직후 고이즈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6자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다”며 “북한은 6자 회담에 되돌아오길 원한다는 몇몇 암시를 보내왔다”고 밝혀 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음을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이제는 북한이 응답할 차례”가 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진용과 국정연설 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으며, 올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이란과 시리아에 대해서는 테러지원, 인권탄압국으로 직격탄을 날린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극도로 자제된 외교적 평화적 해결 의지가 함축된 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또 정 장관에 따르면 보스니아 분쟁 등 여러 국제 분쟁을 협상을 통해 해결해 ‘협상의 명수’란 말을 듣는 크리스토퍼 힐 대사가 6자 회담에 미국 쪽 대표로 나서게 된 것은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침을 현실화한 인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7월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는 아직 꽁꽁 얼어붙어 있다. 정부는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지난해 5월 제14차 회담 이후 중단된 장관급 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그 돌파구로 농업협력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농업증산을 주공전선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1월28일 베를린자유대학 주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농업증산에 협력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며 “회담이 재개되면 식량, 비료, 농기구 등 농업생산 증산을 위한 인도적 측면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g워싱턴/박찬수 특파원, 권혁철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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