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공개 대책단 인선조차 못하고
보상재원 마련안해 “글쎄” 되풀이 지난달 17일 한-일 협정 청구권 관련 외교문서가 공개된 이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나, 정작 정부의 후속 대책은 원점을 맴돌고 있어 ‘대책 없는 공개’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문서 공개 직후 국무총리실에 민관 합동으로 ‘한-일 협정 문서 공개 대책단’을 꾸리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인선 대상자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오균 대책단 부단장은 6일 “국사학계 및 국제법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0명 정도 참여할 인사들을 찾고 있다”며 “아직 직접접촉 단계는 아니고 몇배수로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의 규모와 보상 범위 설정, 재원 마련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 부단장은 “피해자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을 통해 자료를 받고 있으나, 피해자가 적게는 20여만명에서 많게는 700만~800만명까지 나오는데다 피해 유형도 매우 복잡하고 다양해 대강조차 파악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국회 특별법 제정에 따라 발족한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만주사변이 발발한 1931년 9월18일부터 태평양전쟁이 끝난 1945년 8월15일까지 일제에 강제동원된 노무자·군인·군속·군위안부 등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신고를 받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자료가 미비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이처럼 후속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안 자체의 복잡성과 외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일 협정 외교문서를 공개하기 전에도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 차관들을 중심으로 후속 대책을 논의했으나 일제 강점 피해자가 사실상 전 국민이고, 중국과 러시아·동남아시아 등 한반도 밖에도 존재할 뿐 아니라, 보상 논의가 일본과 북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책단 관계자는 “지난 40년 동안 이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 문제의 복잡성을 증명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특히 보상과 관련해 ‘국민적 합의’와 ‘돈’이 문제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속수무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한-일 협정 체결로 혜택을 본 기업들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기업과 국민들에게 준조세를 부과하는 셈이어서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상 문제에 스스로 얽매여 과거사 청산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일 외교문서 공개 태스크포스’는 최근 포항제철(포스코)과 한국도로공사 등 당시 정부로부터 청구권 자금을 받아 쓴 기업들이 거액을 내놓아 기금을 만들고, 여기에 국민들도 참여하는 ‘국민모금 구상’을 실무선에서 검토하고 있다. 또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김은식 사무국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독일 정부와 기업이 50억마르크(2조7천여억원)씩 돈을 대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라는 재단을 세워 2차대전 때 독일에 강제징용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보상한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 피해자단체 관계자는 “보상보다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진솔한 사과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 등 역사적 해결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그런 쪽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권혁철 기자 moon@hani.co.kr
보상재원 마련안해 “글쎄” 되풀이 지난달 17일 한-일 협정 청구권 관련 외교문서가 공개된 이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나, 정작 정부의 후속 대책은 원점을 맴돌고 있어 ‘대책 없는 공개’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문서 공개 직후 국무총리실에 민관 합동으로 ‘한-일 협정 문서 공개 대책단’을 꾸리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인선 대상자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오균 대책단 부단장은 6일 “국사학계 및 국제법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0명 정도 참여할 인사들을 찾고 있다”며 “아직 직접접촉 단계는 아니고 몇배수로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의 규모와 보상 범위 설정, 재원 마련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 부단장은 “피해자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을 통해 자료를 받고 있으나, 피해자가 적게는 20여만명에서 많게는 700만~800만명까지 나오는데다 피해 유형도 매우 복잡하고 다양해 대강조차 파악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국회 특별법 제정에 따라 발족한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만주사변이 발발한 1931년 9월18일부터 태평양전쟁이 끝난 1945년 8월15일까지 일제에 강제동원된 노무자·군인·군속·군위안부 등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신고를 받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자료가 미비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이처럼 후속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안 자체의 복잡성과 외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일 협정 외교문서를 공개하기 전에도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 차관들을 중심으로 후속 대책을 논의했으나 일제 강점 피해자가 사실상 전 국민이고, 중국과 러시아·동남아시아 등 한반도 밖에도 존재할 뿐 아니라, 보상 논의가 일본과 북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책단 관계자는 “지난 40년 동안 이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 문제의 복잡성을 증명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특히 보상과 관련해 ‘국민적 합의’와 ‘돈’이 문제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속수무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한-일 협정 체결로 혜택을 본 기업들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기업과 국민들에게 준조세를 부과하는 셈이어서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상 문제에 스스로 얽매여 과거사 청산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일 외교문서 공개 태스크포스’는 최근 포항제철(포스코)과 한국도로공사 등 당시 정부로부터 청구권 자금을 받아 쓴 기업들이 거액을 내놓아 기금을 만들고, 여기에 국민들도 참여하는 ‘국민모금 구상’을 실무선에서 검토하고 있다. 또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김은식 사무국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독일 정부와 기업이 50억마르크(2조7천여억원)씩 돈을 대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라는 재단을 세워 2차대전 때 독일에 강제징용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보상한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 피해자단체 관계자는 “보상보다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진솔한 사과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 등 역사적 해결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그런 쪽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권혁철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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