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개설한 청와대 블로그(blog.naver.com/cwdblog)
포털로 진출한 ‘청와대 블로그’에 쏟아진 기대와 우려
“대통령님 저도 이웃 추가하고 가요. 기분이 정말 좋네요. 멀게만 느껴지는 청와대, 그것도 대통령 아저씨와 이웃이라니~”(네이버 ‘바람냄새’) 노무현 대통령이 블로그를 만들고, 누리꾼들과 직접 대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파란 등에 ‘대통령의 요즘 생각’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청와대 블로그는 필요한 소식과 정보를 적극 발굴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보 제공과 정책홍보뿐 아니라 블로그의 댓글이나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네티즌의 의견을 국정운영에 적극 반영하고, 누리꾼들의 질문에도 꼼꼼하게 답변할 계획이다. 누리꾼들은 대통령이 블로거가 된다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 속에 축하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댓글 정치와 인터넷 정치를 줄곧 비판해온 보수언론들은 “노 대통령의 끝없는 대안매체 만들기”라며 “자칫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비난했다. 청와대 블로그를 놓고 누리꾼들과 보수언론의 시각은 왜 그렇게 다른가? 청와대 16일 포털에 블로그 개설
16일 개설한 청와대 블로그는 정책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쪽지 형식으로 짤막한 메시지를 담아 보여주는 ‘대통령의 요즘 생각’ 코너와 대통령의 친필 메모로 주요 국정과제를 설명하는 ‘대통령 생각 그림판’, ‘대통령 메모’ 등이 주요 콘텐츠다. 또 중앙 언론사들의 보도에 대한 반론과 청와대 주장이 담긴 ‘사실과 주장’, 대통령의 국정연설 동영상, 활동사진 등도 제공한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유명해진 노 대통령 포장마차 대화편 플래시나 대통령의 유머 동영상 등을 볼 수 있고, 누리꾼 참여콘텐츠인 ‘스펀지 퀴즈’ 등이 눈에 띈다. 청와대는 이런 콘텐츠를 3개 포털에 공통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18일 현재 42개 글이 등록돼 있다. 네이버에 개설된 청와대 블로그(blog.naver.com/cwdblog)에는 17일 하루 방문자가 4000여명을 넘었고, 1000여명이 이웃 블로거 신청을 했다. 안부 게시판이나 방명록에는 블로거들의 방문인사가 줄을 잇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청와대 홈페이지 안에 비서관들의 블로그를 만들고, 국정홍보처 뉴스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을 전면 개편했으며 포털사이트 파란에 청와대 섹션을 개설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국민과 대화를 적극 시도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해 2월 국정브리핑에 댓글을 처음 남겼고, 11월 들어 국정브리핑 기사에 잇따라 댓글을 달아 보수언론으로부터 “경망스런 댓글정치”라거나 “대안매체를 키우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선일보 “기존 언론에 반감 대안매체 만들기”
중앙일보 “포퓰리즘, 관계의 편중, 인터넷 집착” 보수언론이 청와대 블로그를 바라보는 눈은 곱지 않다. <조선일보>는 17일 청와대 블로그 개설 사실을 보도하면서 “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시도해오고 언급한 이른바 ‘대안매체’ 만들기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박천일 숙명여대 언론학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조바심과 기존 언론에 대한 반감 때문에 대안매체에 즉극적인 것 같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포털로 간 청와대 블로그’라는 기자칼럼에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기존 언론 매체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청와대가 인터넷 매체를 적극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칼럼은 “언론 매체가 권력의 목소리를 거르고 검증해 국민에게 해설해 주는 것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원리”라며 “권력이 언론의 견제와 검증을 우회해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모양새는 자칫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칼럼은 한발 더 나아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현 정부 지지층이 많은 인터넷 매체에 대한 ‘관계의 편중’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며 “청와대의 지나친 ‘인터넷 집착’은 아닌지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보수언론의 기사에는 블로그를 통해 더욱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국민과 소통하려는 청와대 쪽의 의도는 빠져 있다. 보수언론들도 블로그를 만들어 독자와 소통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해 정치인들의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이미 국민 혹은 지지자와 소통수단이 된 지 오래다. 누리꾼 “대통령 블로그가 내 이웃, 신기하고 참신한 시도” 보수언론의 비판과는 달리 누리꾼들은 청와대 블로그를 탈권위적 현상으로 해석하며 “청와대와 블로그 이웃이 되다니, 신기하다”거나 “참신한 시도”, “민주주의의 발전” 등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에서 ‘키위쥬스’는 “인터넷에서 기사 보고 설마했는데, 굉장히 신기하다”며 “이 블로그가 청와대와 국민의 의사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설마’는 “청와대와 이렇게 이웃을 맺으니 기분이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하다”며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민심을 찾으려는 대통령님의 초심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맑은날’은 “대통령의 친필도 볼 수 있고, 가까이 아주 가까이 있는 것 같아 반갑기만 하다”며 “제 방에도 놀러 오실 시간 있으신가요?”라고 방명록에 남겼다. ‘중림’은 “권력의 상징이던 청와대가 블로그를 만들어 국민에게 이웃이 되어 달라고 공개 초청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국가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민과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청와대의 참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언론의 검증보다 쌍방향성 정보를 믿겠다”
“일방적 홍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신문고 돼야” 누리꾼들은 언론이 검증한 정보보다 블로그를 통한 쌍방향성 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jinmorex’는 “언론이 제공하는 국정 정보는 단편적이고 언론사의 이념에 맞춘 편향된 정보였다”며 “청와대가 직접 제공하는 쌍방향성 블로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고칼슘’은 “대통령의 생각은 언론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기에 언론의 왜곡하기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늦은 감이 있고, 이런 블로그를 통해 조금이나마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nyway2580’은 “언론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 이렇게 직접 국민과 대화를 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 오히려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이런 매체를 충분히 활용하려는 것 역시 뛰어난 발상”이라고 칭찬했다. ‘starwoods’는 “누군가는 댓글정치니 하면서 비난하지만 대통령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이런 방식이 왜 비난받아야 하는가”라며 “대통령과 국정홍보처의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발상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선배 블로거로서 누리꾼들의 충고도 잇따랐다. “일방적 홍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공통된 말이다. ‘조디악’은 “같은 내용이라도 청와대에 있는 것과 블로그에 있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며 “단순한 홍보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보다 블로그스러운 정보들로 채워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천상’도 “블로그가 절대 다수 평범한 국민의 신문고가 될지는 곧 드러날 것”이라며 “처음처럼 마지막도 깨끗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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