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출마 선언이 늦어지면서 당 안팎에서 ‘제3후보 출마설’이 나오는 등 민주당이 술렁였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차출설까지 등장하자,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 “출마는 기정사실”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15일 <한국방송>(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김 전 부총리가 제안도 받고 고민도 한 건 사실인 듯하다. 최종 결정을 내린 거로 보이지 않는다. 등판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날 우원식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박 장관이 출마하지 않고, 김 전 부총리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한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제3후보 출마설’을 부인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정태호 의원은 <한겨레>에 “박 장관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도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이 불출마하고 김 전 부총리가 출마한다는 건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최고위에서 이야기가 나왔다”며 “제3의 후보는 들어본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 쪽 인사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당 핵심 인사는 “박 장관이 출마하는 건 기정사실이고, 박 장관이 출마한다면 김 전 부총리는 나올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권에서 조율되지 않은 ‘제3후보 출마설’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서울에서 국민의힘에 뒤진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할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 11~13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서울에서 두 당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34.7%, 민주당 24.6%로 나타났다. 지난주 같은 조사에서 3.7%포인트였던 두 당의 격차가 10.1%포인트로 벌어졌다.
박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완하 시인의 ‘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라는 시 전문을 올리며 출마 의지를 다졌다. 박 장관은 또 “대통령님, 소상공인들, 그분들의 ‘낭자하게 파헤쳐진' 아픔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생피를 토해내듯' 뛰는 우리 주변 어디엔가 계시는 분들이 뻐꾹새가 아닐까”라며 “저도 뻐꾹새는 아니어도 작은 종달새라도 되어야 할 텐데 그저 부끄럽네요”라고 적었다.
사실상 단독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우상호 의원은 당내 경선의 ‘라인업 구성’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불만을 토로했다. 우 의원은 <한국방송> 라디오에 나와 “저와 경쟁이 예상되는 후보들이 너무 시간을 끄는 측면이 있다. 나올 거면 나오고, 아니면 아니라고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당도 유력 후보 결심이 늦어져서 거기에 경선 일정을 맞추는 거 아닌가 짐작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오는 19일 공천관리위원회 1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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