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미트의 배양육 닭고기를 넣어 만든 샐러드. 굿미트 제공
미국 정부가 배양육의 시판을 승인했다.
배양육이란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 가축의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단백질 식품을 말한다. 축산업이 안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부담을 덜고 방목과 사료 생산, 배설물 등에 의한 환경 오염을 줄이는 한편 공장형 사육과 도살 등의 생명윤리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대안 식품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 농무부는 21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의 배양육 개발업체 업사이드 푸드와 굿미트가 신청한 배양육 닭고기의 시판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두 회사는 각각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에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배양육의 식품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두 회사의 제품에는 ‘세포배양 닭고기’(cell-cultivated chicken)라는 표시가 붙는다.
배양육 시판을 승인한 국가는 2020년 12월 싱가포르에 이어 미국이 두번째다. 당시 싱가포르에서 배양육 닭고기 시판을 승인받은 업체가 바로 굿미트다.
세계 대체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배양육 시판은 세계 배양육 개발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식품의약국과 농무부의 승인 과정에서 업체들에 요구한 가이드라인은 향후 다른 나라의 배양육 관련 규제에도 하나의 지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육 보급 단체인 굿푸드연구소(GFI)의 브루스 프리드리히 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번 발표는 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식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의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세계적으로 육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 정부는 소비자 기호를 충족하고 기후 목표를 지원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해법으로 배양육을 우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양육은 동물의 근육세포를 채취해 배양기에 넣고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세포를 증식시키는 과정을 통해 얻는다. 업사이드푸드는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은 맥주 양조와 비슷하며 효모나 박테리아 대신 동물 세포를 키운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약 3주간에 걸쳐 배양된 세포 덩어리는 반죽과 같은 상태이며 이후 여러 가공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닭고기 형태로 성형된다.
업사이드푸드의 배양육 닭고기 제품으로 만든 음식. 업사이드푸드 제공
유기농 닭고기 가격과 비슷할 듯
배양육 제품을 시중에서 곧바로 구입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우선 레스토랑에 배양육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업사이드 푸드는 바 크렌이라는 샌프란시스코 레스토랑과, 굿미트는 워싱턴의 한 레스토랑과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배양육 제품이 얼마나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환경 식품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대안육류연구소 소장인 라카도 샌 마틴은 <에이피>통신에 배양육 닭고기는 기존 닭고기보다 훨씬 비싸며 생산량도 극히 적다고 말했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에이피>에 배양육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대신, 시제품 생산 이후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만 말했다. <에이피>는 파운드당 (1파운드=453g)당 최고 20달러(약 2만5천원)에 판매되는 고급 유기농 닭고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사이드푸드의 배양육 생산 공장. 업사이드푸드 제공
소비자들 반신반의…절반이 “”먹지 않겠다”
생산 능력도 아직은 미미하다. 예컨대 업사이드푸드의 생산 능력은 현재 연간 최대 22.7톤이다. 이는 미국 연간 닭고기 생산량 2270만톤의 0.0001%에 해당한다.
샌 마틴 소장은 “배양육이 부자들에겐 전통 축산 고기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틈새 시장에 머무른다면 환경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자들도 배양육에 대해선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다. <에이피>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응답자의 절반은 동물 세포를 배양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들의 절반은 “안전하지 않을 것같아서”라는 걸 그 이유로 들었다.
굿푸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2022년 말 현재 156개사이며, 이들이 받은 총 투자액은 26억달러(약 3조5천억원)에 이른다.
한국에선 2010년대 후반부터 셀미트, 씨위드, 다나그린, 스페이스에프 등의 신생기업들이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