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300명 필요…실제론 50명뿐
30년 종사 ‘개구리 소년’ 타살 등 밝혀내
과학적 실험은 선진수사에 필수적 요건
30년 종사 ‘개구리 소년’ 타살 등 밝혀내
과학적 실험은 선진수사에 필수적 요건
[이사람] 곽정식 대한수사과학회 초대 회장
“법의학은 억울하게 죽은 이들과 누명 쓴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인권의학입니다.”
범죄 관련 학문 교류를 확대하고 수사관계자와 법의학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한수사과학회가 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창립총회 겸 학술대회를 갖고 본격활동에 들어간다.
학회에는 경찰과 대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구원 등 200여명이 참여해 현장감식·법의학·교통사고 조사 등 분야별 활동을 벌인다. 매년 2차례 학술대회와 학술지 발간, 세미나 강연 등도 계획하고 있다.
대한수사과학회 초대 회장으로 내정된 경북대의대 법의학교실 곽정식(57·사진)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50~60년 전부터 제도가 잘 정비돼 법의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상호협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개별분야 학술활동은 활발해도 꿰지않은 구슬처럼 가치를 발휘하지 못했다”며 출범 의의를 밝혔다.
창립대회에서 곽 교수 발표주제는 ‘조선시대 검시의 과학성’. 곽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독살을 밝히기 위해 국가가 순은을 일괄 제작해 지방 수령에 나눠주고 세번 검시 하는 ‘삼심제도’를 운영하는 등 체계적인 검시제도가 있었는데 요즘 검시제도는 그때보다 뒤떨어져 있다”고 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검시 관련법이 잘 정비돼 있는데 한국은 형사소송법의 한 줄에 불과해 제도적 측면에서는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보다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매년 3만5천여건의 부검이 필요한데 실제 부검 건수는 1만건이 채 안된다”며 “법의학자도 300여명 필요하지만 확보된 인원은 5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1976년 첫 부검을 한 뒤 지금까지 30여년 법의학 분야에 종사해 왔다.
레지던트 시절이던 1978년엔 이웃집 아이의 머리에 농약을 부어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한 시골주부가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과학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곽 교수는 “그런 일이 돈도 안되고 조명받을 일도 별로 없는 우리 법의학자들한테는 최대의 보상”이라고 했다. 그는 1988년 경북대 법의학 교실이 부활되자 첫 주임교수를 맡았다. 2002년 실종된 성서초등생들(개구리 소년) 시신이 11년만에 발견된 당시, 그는 부검을 통해 타살임을 밝혀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2003년엔 전국 최초로 수사과학대학원을 경북대에 설립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곽 교수는 “과학수사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지만 국내에는 이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이 거의 없다”며 “과학수사대학원에 경찰, 군, 미군, 검찰 등 수사관계자가 수강하는데 매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지금 제도 아래서는 ‘영원한 의문사’를 막을 방도가 없다”며 “현재 법사위에 상정돼있는 ‘검시법’이 어서 국회를 통과해 수사선진국으로 도약했으면 한다”고 했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레지던트 시절이던 1978년엔 이웃집 아이의 머리에 농약을 부어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한 시골주부가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과학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곽 교수는 “그런 일이 돈도 안되고 조명받을 일도 별로 없는 우리 법의학자들한테는 최대의 보상”이라고 했다. 그는 1988년 경북대 법의학 교실이 부활되자 첫 주임교수를 맡았다. 2002년 실종된 성서초등생들(개구리 소년) 시신이 11년만에 발견된 당시, 그는 부검을 통해 타살임을 밝혀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2003년엔 전국 최초로 수사과학대학원을 경북대에 설립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곽 교수는 “과학수사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지만 국내에는 이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이 거의 없다”며 “과학수사대학원에 경찰, 군, 미군, 검찰 등 수사관계자가 수강하는데 매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지금 제도 아래서는 ‘영원한 의문사’를 막을 방도가 없다”며 “현재 법사위에 상정돼있는 ‘검시법’이 어서 국회를 통과해 수사선진국으로 도약했으면 한다”고 했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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