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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이사람] “휴일없이 실험실 지키던 기억 새롭다”

등록 2007-11-06 18:58

‘2007 국가과학자’ 나노 전문가 카이스트 유룡 교수
‘2007 국가과학자’ 나노 전문가 카이스트 유룡 교수
‘2007 국가과학자’ 나노 전문가 카이스트 유룡 교수
‘나노 거푸집 합성법’ 7천여차례 외국서 인용
어릴적 ‘고성능 등잔불’ 만들던 게 첫 ‘과학’
“친환경 나노물질 개발 화학 미래 이끌터”

나노미터 크기의 구멍들이 무수하게 뚫린 ‘나노 다공성 물질’ 연구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온 유룡(52)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화학과 교수가 ‘국가과학자’ 칭호를 받게 됐다. 과학기술부는 6일 국가과학자위원회가 지난 2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국가과학자로 6명의 최종 후보 가운데 유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가과학자로 선정되면 연 15억원의 연구비를 최대 6년 동안 지원받는다.

유 교수는 이날 “21년 전 대학 교수로 부임해 3년 동안 휴일에도 혼자 밤늦게까지 실험실을 지켰던 어려운 시절이 새삼 다시 생각난다”며 “그동안 나를 도와준 카이스트 학생들과 가족에 감사한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실험실을 두 배로 늘리고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응용할 친환경 나노 물질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나노 구멍이 규칙적으로 뚫린 이산화규소 물질을 거푸집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분자나 원자를 조립시킨 다음에 거푸집을 없애는 방식으로 나노 구조물을 합성하는 이른바 ‘나노 거푸집 합성법’을 창안해, <네이처> 같은 저명한 과학저널에 연구논문을 여러 차례 발표해왔다. 이 간단한 합성법으로 나노막대, 나노다공체 같은 갖가지 구조물을 좀더 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그의 논문은 세계 수준의 다른 연구논문들에 7천여 차례나 인용됐다. 그는 “과학 원리는 단순할수록 좋은데, 이 거푸집 원리가 아주 단순하기에 더욱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과학자 선정을 계기로 나노 다공성 물질을 연료전지에 쓰이는 촉매나 수소 에너지의 생산·저장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실제 응용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게 그의 새로운 목표다. 유 교수는 “작은 나노 구멍 속에서는 화학반응의 속도도 빨라지고 분자의 특정 부분만 반응하는 선택성을 살릴 수도 있다”며 “청정화학의 미래에 나노 물질이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공적 과학자로서 그의 역할 모델이 무엇인지 묻는 물음에 대해 그는 “스스로 개척하고 한눈 팔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과학자는 머리도 좋아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는데, 국가과학자가 된 건 이 세가지가 곱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집안 농삿일을 도와야 했던 가난한 어린 시절에 집안의 등잔불을 고쳐 ‘고성능 등잔불’을 만들려고 애썼던 일이 기억나는데 아마도 거기에서 과학자의 내 모습이 시작된 것 같다”고 웃었다. 유 교수는 1977년 서울대 학사, 1979년 한국과학기술원 석사를 거쳐 1985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한화학회 학술상(2002),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2005) 등을 받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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