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이병두 박사
‘DNA 이용한 나노입자 결정 기술’ 주도한 박성용·이병두 박사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토종박사’들이 미국 연구팀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세계 과학저널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하는 연구성과를 냈다.
박성용 미국 로체스터대학 연구원과 이병두 국립아르곤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한 노스웨스턴대학 채드 머킨 교수 연구팀은 31일 디엔에이를 이용해 원하는 3차원 구조를 갖춘 나노입자 결정을 만드는 나노기술을 개발해 <네이처>의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의 저자 6명 가운데 박 박사는 제1공동저자, 이 박사는 제2저자다.
연구팀은 공 모양의 금 나노입자(지름 15나노미터)에다 특정 염기서열로 이뤄진 디엔에이 외가닥들을 붙인 다음, 염기쌍이 달라붙으면서 금 입자들이 스스로 조립·정렬하게 하는 방식으로 3차원 결정 구조를 만들어냈다. 아데닌(A)은 티민(T), 시토신(C)은 구아닌(G)과 짝을 이뤄 결합하는 ‘디엔에이 이중나선’의 성질을 이용했다. 박 박사는 “생명체의 청사진으로 불리는 디엔에이가 새로운 구조의 나노입자 결정을 만드는 설계도이자 제작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실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디엔에이를 이용한 결정화 기술은 10여년 전부터 연구됐으나, 이 연구팀은 염기서열의 미세한 조작과 온도 조절 등을 통해 여러 난제들을 극복했다.
연구팀을 주도한 연구자는 한국 토종박사들이었다. 1999년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 박사는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여러 이론적 현상을 이해하고 더 나은 실험방법들을 제안하고 입증해 제1저자가 됐다. 2003년 포항공대 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박사는 금 입자 결정 구조를 규명하는 엑스선 산란 실험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데 기여했다. 박 박사는 전자우편을 통해 “금 입자 외에도 은 입자, 형광입자, 바이러스 입자 등을 이용해 막대·정육면체 같은 여러 모양과 크기를 갖춘 3차원 결정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광결정 소자, 자기소자, 진단치료용 소자, 정보기록매체, 태양전지 등 여러 목적에 맞는 구조체를 만드는 데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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