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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제2의 지구를 찾아라” ‘행성 사냥’ 경쟁 후끈

등록 2008-02-21 02:54

2007년 4월 스위스 관측팀이 발견한 지구 닮은 행성의 상상도. 오른쪽 별(적색왜성)의 둘레를 공전하는 행성들 가운데 맨 왼쪽은 지구 질량의 5.5배에 달해 ‘슈퍼지구’로 불리는데,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유럽남반구천문대(ESO) 제공
2007년 4월 스위스 관측팀이 발견한 지구 닮은 행성의 상상도. 오른쪽 별(적색왜성)의 둘레를 공전하는 행성들 가운데 맨 왼쪽은 지구 질량의 5.5배에 달해 ‘슈퍼지구’로 불리는데,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유럽남반구천문대(ESO) 제공
유럽 2006년 행성탐사 위성발사…미국도 곧 가세
한국인 참여 관측팀 ‘태양계 닮은 행성계’ 첫 발견
행성 250여개 발견…‘지구 닮은 행성 찾기’ 관심
‘외계행성 사냥꾼.’

한정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사진)는 태양계 밖의 망망한 우주 공간에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외계행성들을 찾는 일에 전념해 온 자신을 ‘행성 사냥꾼’으로 소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목성·해왕성급 외계행성을 발견한 국제관측팀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지구와 태양계가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고 믿는 그는 “외계행성들을 더 많이 찾아내 우주에서 행성들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그 호기심을 풀려는 게 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행성 사냥’은 그만의 일이 아니다. 사실 요즘 세계 천문학계에 번지는 최대 관심사다. 지구나 태양계를 닮은 행성이나 행성계를 찾으려는 세계 천문학자들의 행성 사냥 경쟁이 한창 불붙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엔 유럽우주기구(ESA)가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코롯’(COROT) 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경 1m급인 고성능 망원경을 실은 ‘케플러’ 위성을 올해 발사한다. 세계 곳곳에서 우주의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외계행성을 찾으려는 관측 프로젝트도 계속되고 있다.

2006년 이래 지구 몇 배의 외계행성인 ‘슈퍼지구’들이 발견된 데 이어, 이달엔 국내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제관측팀이 ‘태양계 닮은 행성계’를 처음 발견해 세계 과학뉴스에 올랐다.

태양계 닮은 행성계가 존재한다는 증거의 하나로 인정된 실제 관측사진. 머나먼 별의 빛이 행성계의 중심별만 있을 때와는 다른 밝기로 밝아지는 현상이 관측돼, 중심별 말고 행성들이 더 존재할 것으로 추론됐다. 한정호 교수 제공.
태양계 닮은 행성계가 존재한다는 증거의 하나로 인정된 실제 관측사진. 머나먼 별의 빛이 행성계의 중심별만 있을 때와는 다른 밝기로 밝아지는 현상이 관측돼, 중심별 말고 행성들이 더 존재할 것으로 추론됐다. 한정호 교수 제공.

■ 왜 ‘행성 사냥’이 붐을 이루는 걸까?

무엇보다 외계 생명에 대한 인류의 오랜 관심 덕분이다. 한때 화성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쏠렸던 세상의 관심이 화성에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자 이젠 외계행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 가운데 하나가 외계 생명체”라며 “외계행성의 발견이 이런 호기심과 맞물려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천문학자들은 다시 이에 힘입어 더 많은 발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행성 사냥 솜씨가 발전한 덕분이기도 하다.

행성들은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머나먼 외계행성을 직접 관측하는 일은 사실 불가능하다. 외계행성을 관측사진이 아니라 상상도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그래서 외계행성을 찾는 데엔 여러 간접 관측기술이 활용된다. 행성의 중력 때문에 생기는 중심별의 미세한 흔들거림을 측정하거나, 행성이 공전하다가 별을 가릴 때 생기는 그림자를 관측하거나, 중심별과 행성의 중력이 볼록렌즈처럼 작용해 주변 빛을 휘게 만드는 현상을 관측함으로써 행성의 크기와 거리를 추론하는 방법들(상자기사 참조)이 이용돼 왔다.

한 교수는 “불과 17년 전 우리가 아는 행성은 태양계 행성들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250여개 행성들이 발견됐다”며 “앞으론 지구를 빼닮은 행성을 찾는 일이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제2지구’ 최초 발견자는 누가 될까?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미국의 케플러 위성이 꼽힌다. 고성능 광학망원경을 실은 위성을 띄워 광대한 우리 은하에서 지구 닮은 행성들을 빠르게 찾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케플러 위성은 공전하는 행성이 중심별을 가릴 때 별빛이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변화를 추적한다.

또다른 유력 후보는 ‘중력렌즈’ 관측 집단이다. 행성의 중력장이 만들어내는 렌즈 효과를 지상의 광학망원경으로 추적해 판독하면, 별 둘레를 도는 행성의 존재를 식별할 수 있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이번에 목성·토성 닮은 행성계를 찾는 데 쓰인 망원경 장비의 상당수가 아마추어용일 정도로 중력렌즈 방법은 우주망원경보다 훨씬 더 경제적인 관측술”이라며 “아마추어 20명과 학자 7명이 어울려 이번 발견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량이 작은 지구 규모의 행성을 찾으려면 2m급의 광학망원경이 필요하다.

중력렌즈 관측 프로젝트는 2002년 사제지간인 앤드루 굴드 교수(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한정호 교수가 의기투합해 외계행성 탐색을 목표로 ‘마이크로-펀’ 연구그룹을 꾸리면서 추진돼 왔는데, 최근엔 국제학회를 따로 열 정도로 연구망을 확대했다. 이번 태양계 닮은 행성계의 발견에서 이 그룹이 주도적 구실을 했다.

■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은 발견될까?

한정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
한정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
한 교수는 “적절한 관측장비만 있다면 질량과 표면온도에서 지구와 닮은 행성을 10년 안에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행성을 찾는다 해서 곧바로 외계 생명의 존재가 확인되는 건 아니다”라고 경계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 닮은 행성들은 생명체 존재 가능성 때문에 여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후속 연구자들은 이런 행성들 대부분이 지구보다 훨씬 큰데다 중심별에 너무 가까워 생명체가 살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계행성들이 더 많이 발견되면서 얻을 수 있는 최소의 결론은 있다. 지구도 우주 차원에서, 아니 은하 차원에서 보면 여러 비슷한 행성들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도 지구에만 나타나는 기적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을까? 아직 여기에 답할 과학은 없다.

청주/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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