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연구진실성위원회가 13일 이 학교 본관 1층 회의실에서 김태국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매직기술 논문’ 중간조사 발표
노화억제 물질 실험 당시부터 존재 안해
“연구책임자 김태국 교수 모두 시인” 충격
노화억제 물질 실험 당시부터 존재 안해
“연구책임자 김태국 교수 모두 시인” 충격
“불로약은 없었다.”
획기적인 신약개발 원천기술로 불린 이른바 ‘매직기술’에 관한 김태국 교수 연구팀의 논문 조작 사건을 조사 중인 카이스트 연구진실성위원회(위원장 양현승 연구처장)는 13일 중간조사 발표를 통해 “이른바 ‘불로약’으로 불린 노화억제물질은 논문 실험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위원장인 조철오 교수(생명과학과)는 “이런 사실은 논문의 제1저자인 원재준 박사(재미)와 연구책임자인 김 교수(대기발령)가 모두 시인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매직기술’이란 살아 있는 세포 안에 자성을 띤 나노입자를 넣어 생체반응 과정을 추적하는 새로운 신약개발 기술의 영어 첫 글자를 따 붙인 이름으로, 연구팀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그 원리를 입증했으며, 2006년 <네이처 케미컬바이올로지> 논문에선 이런 원리를 이용해 노화억제물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위원회는 “김 교수가 두 저널에 논문 취소에 동의한다는 뜻을 전해 조만간 취소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얼마나, 어떻게 조작했가? =조사위원인 서연수 교수는 “논문에서 다뤄진 노화억제물질 ‘시지케이(CGK)733’와 ‘시지케이733-바이오틴’은 실제 실험에 쓰이지 않았으며,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저배율로 촬영한 현미경 영상을 논문에 싣고 임의로 제시한 표적 단백질들을 새 기술로 찾아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하버드대 연구과정 때 찾아낸 신물질인 ‘6번’과 ’103번’(하버드대학 소유)을 써 실험한 뒤 신물질인 ‘시지케이733’을 쓴 것처럼 논문을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불로약’으로 불린 ‘바이오틴’은 실험 당시 아예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매직기술의 핵심물질이 실험에 쓰이지 않았고 이를 이용해 찾아냈다는 핵심 단백질도 없었다.
■ 조작의 핵심은 누구? = 위원회 쪽의 말을 들어보면, 원 박사는 ‘김 교수가 조작을 주도했으며 이용원(벤처기업 시지케이 기술이사·박사과정생)씨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김 교수는 ‘직접 지시는 없었고 원 박사와 이씨가 참여한 ‘3인 미팅’에서 공모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조작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으나 조사위원들은 이씨한테도 사전인지와 공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 어떻게 알려졌나 =논문 조작이 세상에 알려진 데엔 ‘재현할 수 없는’ 매직기술의 특허를 둘러싼 벤처기업의 내부갈등이 배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의 한 교수는 “김 교수가 2004년 시지케이를 세운 뒤 학교에서 연구했던 내용을 가져가 특허출원을 하면서 특허소송이 벌어졌다”며 “이후에 시지케이는 특허 내용이 실험으로 재현할 수 없게 되자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시지케이 쪽이 지난해 말부터 논문 조작 의혹을 <사이언스> 와 학교 쪽에 제보하면서 사태가 본격화했다.
대전/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김태국 교수 논문조작 사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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